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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파동 뒤늦은 진화 급급 "세액공제 골격 유지해야" 목소리

입력
2015.01.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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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국회 30년 만에 세법 개정, 한 차례 공청회도 없이 밀어붙여

崔 부총리 "공제 항목·수준 조절" 보완책 급조 아닌 근본적 조치 필요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취임 후 첫 티타임을 갖고 최경환(오른쪽) 경제부총리 등과 연말정산 파동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취임 후 첫 티타임을 갖고 최경환(오른쪽) 경제부총리 등과 연말정산 파동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귀를 닫고 주먹구구 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인 정부, 정치 공방에 몰두하며 모두 네 탓으로 떠넘기는 정치권, 그리고 논란을 틈 타 어떻게든 세금 증가를 피해보겠다는 고소득층까지. 불길이 좀처럼 진화되지 않는 ‘13월의 세금폭탄’ 파동은 이런 세 주체들의 합작품으로 지적된다. 정부가 20일 부랴부랴 보완대책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지만, 지난해 세 차례 개정으로 결국 누더기가 된 임대소득 과세 논란의 전철을 되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관련기사 3면

전문가들은 연말정산의 허점을 짚으면서도 어렵게 만든 조세원칙의 근간을 허물어뜨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소득재분배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세액공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봉급생활자의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부당하게 세금 부담이 늘어난 다자녀ㆍ노인ㆍ독신 저소득 가구의 세금을 줄여주는 정밀한 미세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파동의 가장 큰 원인으로 전문가들이 꼽는 건 정부와 국회의 소통 부족이다. 2013년말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세법 개정을 추진할 당시 출생공제나 6세 이하 자녀 양육공제 같은 공제 항목 축소 등에 따른 부작용 우려 등이 많았지만 한 차례의 공청회도 없이 밀어 붙였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30년 만에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공청회도 하지 않고 국회는 비공개로 처리하는 등 투명성이나 공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세금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정부가 평균의 오류에 빠져 있었던 점 역시 세금폭탄 반발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평균적으로는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경우 세금이 줄어들고, 또 실제 세금이 늘어나는 이들은 15% 가량의 고소득층에 불과하다지만, 저소득층의 경우에도 일부 세금이 늘어나는 등 개별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원기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는 “연말정산은 평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게 많은데도 무조건 평균치만 가지고 부담이 적다고 하니 분노가 더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것은 세금 증가폭이 큰 고소득층이다. 정부가 실제 당시 세법개정으로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9,000억원 이상 세금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혀 왔지만, 막상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논란이 되자 고소득층이 이제 와서 더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던 여야 정치권 역시 논란이 점화되자 서로 책임 공방만 하고 있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덜 내고 적게 돌려주는 방식’에서 ‘더 내고 많이 돌려주는 방식’으로 다시 간이세액표를 조정하거나, 세액공제를 소득공제로 되돌리는 건 혼란만 가중시키는 미봉책이라고 지적한다. 대신 면밀한 세수 추계를 통해 부당한 세금 증가를 억제하고, 세금 증대가 필요하다면 근로소득세의 최고구간을 신설하거나 최고세율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 맞춰 이제라도 공제 항목을 조정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이라고 말했고, 문성훈 한림대 교수는 “고소득층의 소득세율을 인상하는 게 정공법”이라고 말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도 "모든 주체가 균등하게 세 부담을 짊어지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현재는 봉급생활자에게만 집중돼 있는 만큼 법인세 인상 등 세금 확충을 위한 근본 해법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세액공제 전환은 고소득층에게 더 걷어서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소득재분배가 목적”이라며 “자녀 노후대비 등을 감안해 공제 항목 및 공제 수준을 조정하겠다”는 보완책을 발표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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