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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말정산 분노 ‘조삼모사’ 회유할 일 아니다

입력
2015.01.20 16:47

‘13월의 보너스’는커녕 ‘세금폭탄’이 돼버린 연말정산 파문에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고개를 숙였다. 최 부총리는 어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연말정산으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며 향후 근로소득세제 개편을 통해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거론되는 보완대책은 출생공제 부활을 포함해 간이세액표 개정, 부양가족ㆍ연금공제 확대 등이다. 하지만 세부담을 줄이기 보다는 연말정산 때의 박탈감 완화를 위해 과거처럼 평소에 더 많이 세금을 거두겠다는 식이어서 ‘조삼모사’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연말정산이 더 이상 ‘13월의 보너스’가 아니라는 얘기는 진작부터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충격이 더 컸던 건 환급금 축소 요인이 겹쳐 작용했기 때문이다. 환급금 축소에 가장 큰 변수가 된 건 2012년 9월의 간이세액표 개정이다. 당시 정부는 소비진작을 위해 직장인 월급에서 매월 떼는 원천징수액을 10% 인하했다. 매월 10만원씩 연간 120만원을 우선 징수한 뒤 연말정산에서 20만원을 환급해주던 것을, 9만원씩 108만원을 거둔 뒤 8만원을 돌려주는 식으로 변경한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연말정산부터 이미 환급액은 크게 줄었다.

여기에 2013년 세제개편에서 과거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신생아 1명 당 200만원을 공제해줬던 출생공제나, 1명 당 100만원을 공제했던 6세 이하 자녀공제, 독신가구 공제 등이 폐지된 데 따른 환급금 감소 요인이 겹쳤다. 물론 연말정산 파문이 거세게 확산된 데는, 세부담 증가폭이 높은 연봉 7,000만원 이상 고소득자들의 불만이 더해져 조세저항의 거품이 형성된 측면 없지 않다.

분명히 해 둘 점은 이번 파문에도 불구하고 ‘덜 내고, 덜 돌려받는’ 식의 간이세액표 개정이나, 세액공제 방식은 서민납세자들에게는 유리한 제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 부분을 고쳐 불만을 누그러뜨리려는 건 퇴행적인 ‘조삼모사’에 불과하다. 다만 세수증대 효과를 내기 위해 각종 조세감면을 폐지ㆍ축소하는데 중점을 둔 지난 세제개편이 암암리에 서민들의 세부담을 불합리하게 늘렸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따라서 올해 세제개편에선 연봉 5,500만원 이하 근로자들에 대한 조세감면 폐지ㆍ축소의 정당성을 재검토해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최 부총리가 시사한 부양가족 공제나 연금공제 확대 등은 적용하기에 따라서 중산ㆍ서민층의 세부담을 더 줄여줄 카드다. 문제는 가뜩이나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세수를 더 줄일 그런 식의 해법이 가능할지 여부다. 정부가 진심으로 그럴 의지가 있다면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및 구간 조정 등을 통해 직접 부자증세를 병행하는 게 맞다. 우리 조세제도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 최저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부자증세의 명분은 여전히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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