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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정치 환경 따라… 권력 무게중심, 대통령-의회 쪽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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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독점으로 폐해 경험… 그리스·포르투갈은 의회 우위
정당 난립으로 혼란 겪은 프랑스는 대통령 권한 막강
제왕적 대통령제의 대안으로 자주 거론되는 이원집정부제는 유럽 여러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권력구조다. 하지만 각국이 운용하는 제도의 형태는 개별 국가들이 처한 역사적 배경이나 정치 환경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다만 다수당의 난립 등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을 경험했던 국가에서는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이 부여돼 있는 반면 권력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경험한 나라들은 의회 권력을 우위에 놓는 식의 일관된 흐름만은 분명하다.
의회 중심 국가인 그리스와 포르투갈
오스트리아와 같이 의원내각제적 성격이 강한 나라로는 그리스를 꼽을 수 있다. 그리스의 경우 1986년 3월 헌법 개정을 통해 대통령이 가진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을 상당부분 포함시켰다. 대통령이 가진 권한 중 총리지명권에 의회의 추천요건을 추가했고, 의회해산권과 대국민성명발표에는 총리의 건의나 동의를 거치도록 했다. 또 대통령 자문가능을 수행하던 국가평의회 제도도 폐지했다. 대통령의 권한 제한과 대조적으로 의회는 입법권은 물론 대통령 선출권과 수상후보자 추천권, 대통령 및 각료 탄핵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국정운영이 사실상 의회 중심으로 진행되는 셈이다.
포르투갈 역시 의회 다수당의 총리가 행정수반으로서 정부 운영의 전적인 책임을 지는 가운데 대통령제 요소가 가미돼 있는 국가다. 대통령은 국가평의회 주재와 총리 및 장관 임명, 비상계엄선포권 등 포괄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의회가 비상사태 및 계엄선포 동의권 및 대통령 해외여행 동의 등의 감독 권한을 갖고 있어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다.
대통령 힘이 막강한 프랑스와 러시아
반면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하다. 1958년 5공화국 헌법에서 대통령에게 외교와 국방은 물론 내치에도 상당한 권한을 부여했다. 하원 해산권과 사면권은 물론 중대한 대역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직무상 책임에 대해 '특별 정치 재판소'에 피소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의회가 총리의 모든 직무상 책임에 대해 '특별 정치 재판소'에 피소할 권한을 가진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이 밖에 대통령의 모든 공적 활동을 통치 행위로 간주해 대통령 비서실 조직에 따른 인원 구성 및 회계감사 등을 의회나 행정부의 감독대상에서 제외했다.
프랑스에서 대통령 권한이 막강해진 데는 5공화국 출범 당시인 1950년대 정치적 불안과 다수당 난립으로 인한 혼란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를 가장 충실하게 따른 국가 중 하나가 루마니아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도 루마니아도 대통령이 주요 국가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장관회의 조정 및 통제 권한을 가지는 등 의회보다 강한 권력을 향유하고 있다. 다만 루마니아에서는 대통령과 총리간 지속적인 권력 다툼으로 정치적 불안을 초래하기도 한다.
러시아 역시 대통령이 국회해산권과 국민투표 실시결정권, 계엄령 및 비상사태 선포권 등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 의회에 총리 임명 동의권과 대통령 탄핵 권한 등이 있지만 문서상의 권한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서도 대통령 1인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돼 의회의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의회 권력 강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대통령에서 의회 중심 과도기 핀란드
1919년 이래 이원집정부제를 실시하고 있는 핀란드의 경우 대통령이 법률안 제안권 및 일시적 부결권을 비롯해 선거 실시권 등 막강을 지위를 누려 왔다. 하지만 최근 두 차례 헌법 개정을 통해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강하게 반영시키고 있다. 2000년 헌법개정 때는 대통령의 총리 및 각료 임명권 및 국회 해산권을 제한하고 유럽연합 관련 사항을 행정부 관할로 명시했다. 이어 2011년 헌법 개정 때는 대통령과 총리간 이견이 있는 경우 의회가 결정하도록 하는 등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반면 내각과 의회 권한을 대폭 강화하면서 의원내각제적 성격이 강한 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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