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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죄 아닌 알선수재죄 왜?

입력
2015.01.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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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청탁-직무 관련성 낮다고 판단 형량 낮아 '봐주기' 의혹 제기 소지

검찰은 ‘사채왕’ 최모(61ㆍ수감 중)씨한테서 뒷돈을 받은 최민호(43) 수원지법 판사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이 애초 예상됐던 뇌물수수나 알선수뢰가 아니라 알선수재죄를 꺼내든 것에 대해 봐주기 의혹도 제기될 수 있지만, 청탁의 내용이 최 판사의 직무와는 관련성이 낮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 판사에게 3억여원이 건네지기 직전인 2008년 최씨는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마약 사건과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었다. 자신의 뜻대로 사건이 풀리지 않자 최씨는 지인의 조카인 최 판사를 소개받아 구명 로비를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했다. 최 판사가 최씨 사건을 담당한 A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에다 같은 대학 출신인 점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최 판사는 2009년 2월 검사에서 판사로 전직했다. 최씨는 2009년 10월 마약사범으로는 이례적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됐고, 법원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어쨌든 최 판사 본인이 아니라 동료 검사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았다는 점에서 뇌물수수로 보긴 어렵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형법상 뇌물죄는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았을 때, 알선수뢰죄는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하여 다른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했을 때 각각 성립된다. 이와 달리 알선수재란 폭넓게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과 관련한 금품 수수를 뜻한다.

알선수재죄는 뇌물죄보다 법정 형량이 훨씬 낮다. 뇌물 수수 액수가 1억원일 경우 특가법이 적용돼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지만, 알선수재는 최대 형량이 고작 징역 5년에 불과하다. 또 뇌물의 경우 공여자인 최씨도 처벌이 가능하지만 알선수재는 공여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최씨에 대해선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

최 판사가 동료인 A 검사에게 최씨 사건과 관련한 청탁을 실제로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불구속 기소와 무죄 선고 등 결과를 봤을 때 최 판사의 ‘입김’이 통했을 가능성이 의심된다. 그러나 검찰은 A 검사에 대해 서면조사를 실시한 끝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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