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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稅폭탄' 긴급 진화 나섰지만... 불씨 여전

입력
2015.01.19 19:01

기재부, 예정 없던 브리핑

간이세액표 개정, 분할 납부 내놨지만

당장 적용 불가한 탓에 불만 고조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

세액공제율 15%로 일원화

연봉 5500만원 이하 증세 없다더니

연봉 3000만원, 17만원 더 내야

다자녀 가정, 미혼 직장인 부담 늘어

최경환 부총리, 20일 긴급 브리핑 예정

한 직장인이 19일 국세청 홈페이지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화면을 보며 연말정산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kingwang@hk.co.kr
한 직장인이 19일 국세청 홈페이지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화면을 보며 연말정산 관련 자료를 정리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kingwang@hk.co.kr

예년보다 환급금이 대폭 줄거나 오히려 추가 납입세금이 늘어난다는 직장인들의 올해 연말정산에 대한 불만이 빠르게 고조되자 19일 정부가 부랴부랴 보완책을 제시하고 나섰다. 세금을 나눠 내거나 예전처럼 ‘더 내고 더 돌려받는’ 방식으로 바꿀 지 검토해 보겠다는 것인데 올해부터 크게 바뀐 세금부담 자체에는 변화가 없는 대책들이어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열린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연말정산 관련 제도개선 방침을 시사했다. 최 부총리는 “제도 변화에 따라 세부담이 늘거나 주는 변화가 있는데, 납세자가 불만이 많은 것 같다”며 “처음 시행되는 것이니만큼 시행과정에서 고칠 점이 있으면 계속해서 보완ㆍ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도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자처해 보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창용 세제실장은 “올해는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는 첫 해인만큼 개별적인 세부담 변화를 면밀히 분석해 간이세액표(소득세를 원천 징수할 때 적용하는 세액표) 개정, 연말정산 세금 분할납부 등 보완책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당장 이달 연말정산부터 적용되기는 어렵다. 문 실장은 “분할납부는 법 개정 사항이라 당장 눈앞의 연말정산부터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간이세액표 개정도 ‘세금을 덜 내고 덜 돌려받는’ 식의 과세 정책 방향을 다시 바꾸자는 것이어서 전체적으로 봐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 부총리는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연말정산과 관련한 추가 설명에 나설 예정이다.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자리로 풀이되는데, 일각에선 구체적인 보완방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관측된다.

정부의 진화 노력에도 불구, ‘13월의 보너스’으로 불리던 연말정산이 올해는 ‘13월의 세금폭탄’이 될 거라는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적게 내고 적게 돌려 주는’ 쪽으로 개편한 결과라고 설명하지만, 당장 환급은커녕 세부담이 늘 것으로 예상되는 직장인들의 불만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 연말정산의 가장 큰 특징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의 전환이다. 소득공제는 소득에서 보험료 등 공제항목을 우선 제외한 뒤 세율을 곱하는 반면, 세액공제는 소득 전체에 먼저 과세한 뒤 그 중 여러 항목을 차감해 돌려주는 방식이다. 세액공제가 소득공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세혜택이 적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한국납세자연맹의 분석 결과, 연봉 2,360만~3,800만원인 미혼 직장인의 경우 소득공제는 24만7,500원 줄어드는 반면, 세액공제 증가는 7만4,250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연봉 3,000만원인 미혼자는 올해 근로소득세(90만7,500원)를 지난해보다 17만3,250원 더 내야 한다.

이와 함께 작년까지 소득공제 대상이던 항목 중 상당수가 세액공제 항목으로 바뀐 점도 세부담을 늘리는 요인이다.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월세 등이 대표적인데, 모두 세액공제율이 15%로 일원화됐다. 특히 인적공제 중 자녀양육과 관련된 추가공제 항목인 6세이하 자녀, 출산ㆍ입양자녀, 다자녀 추가공제 등이 자녀세액 공제로 전환돼 자녀 1명은 15만원, 2명은 30만원, 3명은 50만원이 세액공제된다.

이 같은 변화로 지난 2013년 세법개정안 발표 당시 ‘총 급여 5,500만원 이하는 세부담이 늘지 않는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다자녀 가정이나 부양가족 공제혜택을 적용 받지 못하는 미혼 직장인들의 부담이 가중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예상보다 불만이 커지자 정부가 뒤늦게 보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나섰지만 이 같은 대책들은 관련법 개정 등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당장 시행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정부는 세액공제로 조세체계가 크게 바뀌었는데 독신자 맞벌이 등 다양한 실제 사례 별로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은 채 현 방식만을 고수하고 있다”며 “사태의 근본원인인 증세 추계를 위한 방법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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