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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처럼 1인 2표… 정당별 득표 기반 속 민의반영 거듭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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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당 의석서 지역구 확보 의석 빼고 나머지는 비례대표명부로 채워
득표대비 의석수 불균형 커지자 '보정의석' 도입 통해 단점 보완
독일 선거제도는 정당별 득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1인 2표제이면서도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회 의석수가 결정된다. 때문에 정당을 통한 대의정치, 또는 비례성이 극대화된 선거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현지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독일 선거제도도 절대 선(善)은 아니다. 여전히 민의를 100% 반영하기 위해 계속 수정 중”이라고 입을 모았다.
독일 브레멘대 로타 프롭스트 정치학과 교수는 지난달 8일 독일 북서부 브레멘 주(州)에 위치한 대학 연구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독일 선거제도는 아직도 진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식 선거 제도가 한국에서 대안으로 많이 거론되고 있다는 질문에 “독일 선거제도는 어떤 면에서는 매우 복잡하고 불안정해 보이지만, 60년 동안 실험해 본 결과 사회의 다양한 흐름을 반영하는 데 비교적 양호한 제도라는 결론을 얻었다”며 “이는 독일 사회 전체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화를 수용했기 때문에 가능했고, 그래서 제도는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당 득표율이 의석 수 배분의 절대 기준
실제 독일 선거제도는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1957년 단순다수제로 선출되는 소선거구제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제가 연동하는 혼합형 선거제도가 도입된 이후 골격만 유지 됐을 뿐, 수 차례 개정 작업이 이뤄져 왔다.
물론 기본 작동 원리는 바뀌지 않았다. 독일 유권자는 선거 때 우리와 마찬가지로 2표(제1투표는 지역구 후보, 제2투표는 선호하는 정당)를 행사한다. 다만 한국은 ‘지역구 따로, 비례대표 따로’ 독립적으로 의석이 배분되는 데 반해, 독일은 일단 제2투표(정당 투표)에서 얻은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별 전체 의석수를 결정한다. 할당된 의석에서 각 정당이 지역구에서 확보한 의석을 뺀 나머지 의석은 정당에서 작성한 비례대표명부로 채우는 식이다.
프롭스트 교수는 “독일에선 제2투표가 전체 선거 결과를 좌우하기 때문에 사실상 비례대표제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달 9일 헤센 주(州) 비스바덴에 위치한 연방 선관위에서 만난 카리나 쇼른 연방 선관위 사무국장도 “독일 정당들은 제2 투표가 더 중요하다고 60년 간 홍보를 해왔고, 제도가 복잡하긴 해도 대다수의 독일 사람들이 그 정도는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구 초과의석은 거대 정당에 유리
문제는 해당 주 정당득표율에 따라 할당된 의석수보다 지역구 당선 의석수가 더 많은 경우엔 지역구 의석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이른바 ‘초과의석’이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독일 연방하원 의원선거의 기본 정수는 지역구 299석과 비례대표 299석으로 총 598석이지만 초과의석이 생기면 국회의원 정원 자체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09년 총선의 경우 기민당(CDU)과 기사당(CSU)연합은 역대 최대인 24석의 초과의석을 인정 받아 최종 의석수는 622석이었다.
하지만 보통 초과의석이 군소정당보다 지역구 득표력이 강한 거대 정당들이 독차지하면서 민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프롭스트 교수는 “거대정당이 득표율에 맞춰 처음에 부여 받은 의석수 보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돼 득표 대비 의석수의 불균형이 커졌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고 말했다. 결국 2008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기본법에서 보장한 평등선거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고, 2013년 선거법이 개정됐다.
보정의석으로 비례성 보강, 의석수 증가는 난제
개정 선거법의 가장 큰 특징은 ‘보정의석’ 도입이다. 초과의석으로 인해 특정정당에서 득표 대비 의석이 과다 대표되는 것을 막고자, 초과의석이 발생하지 않은 정당에게도 의석을 추가로 배정해 처음 얻은 정당득표율에 가깝게 비율을 맞추는 방식이다. 2013년 총선 당시 초과의석은 기민당에서만 4석이 발생했는데 득표 대비 정당별 의석 점유율을 맞추고자 사민당 10석, 좌파당ㆍ녹색당에게 각 3석씩 등을 추가해 총 29석의 보정의석이 배분됐고, 총 의석수는 631석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보정의석 도입이 득표율과 의석수의 비례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의원 정수가 연동해 증가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방선거법 개정에 앞장섰던 시민단체 ‘메어 데모크라티’ 소속 활동가 팀 베버씨는 브레멘 시 베른하드스트라세 거리에 위치한 단체 사무실에서 만나 “독일에서도 사회적 지위가 높은 계층일수록 의원회비를 올린다든가 의석 수를 늘리는 문제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가 크다”고 전했다.
5% 봉쇄조항, 높아진 사표율에 대안투표 고민
최근엔 군소정당의 난립을 막고자 도입한 봉쇄조항(정당 득표율이 5% 미만이거나 지역구 당선자가 3명 미만일 경우 의석 배분 제한)을 계속 유지할지 여부도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2013년 총선 결과, 5% 득표율을 넘지 못해 원내 진입이 좌절된 군소정당들이 획득한 득표율이 무려 16.8%에 달하면서 독일 사회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물론 지난 총선에서 사표율이 유독 높아진 배경에는 독자적 정체성 확립 없이 연립정부 구성에만 골몰하다 지지층으로부터 외면당한 자민당(FDP)의 정치적 실패와 유로존 탈퇴 등을 주장하며 극우민족주의 성향을 띤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의 출현 등 복합적 요소가 작용해 반드시 봉쇄조항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독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내 표를 사표로 만들 수 없다”는 인식이 공고하고 이에 맞게 제도는 언제든 손질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독일 총선의 통상 투표율이 70%정도를 넘나드는 가운데 사표로 버려지는 16%가량의 군소정당 득표율을 되살리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연방선거법 개정에 앞장섰던 메어데모크라티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팀 베버씨는 “봉쇄조항을 아예 없애는 것은 극단적인 다당제의 불안정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면서도 “다만 정당투표의 경우 1,2순위를 표시하되 첫 번째로 선택한 정당이 5%를 넘지 못할 경우, 두 번째로 선택한 당에 표를 주는 대안투표를 도입해 결과적으로 유권자의 의사가 표에 반영될 수 있게 하자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브레멘ㆍ비스바덴=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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