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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름값 찍어 누르기보다 시장환경 조성을

입력
2015.01.09 18:18

정부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국내 기름값 및 석유화학제품 가격인하에 팔을 걷어붙였다. 어제 석유 및 액화프로판가스(LPG) 유통협회 관계자 등을 모아 놓고 가격인하 협조를 요청했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신속히, 내릴 때는 찔끔찔끔 반영한다는 정유사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여론을 감안한 조치다. 업계는 세금이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해 국민이 가격인하를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은 외면한 채 무턱대고 내리라고 강요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국제유가는 배럴 당 100달러가 넘던 1년 전에 비해 50달러 이하로 반 토막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기름값도 떨어지긴 했지만, 추가 인하의 여지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서울시내 주유소 사이에서 가격이 ℓ당 최대 862원이나 차이가 나는 등 들쭉날쭉한 게 그 반증이라는 설명이다. 최경환 부총리가 최근 언급했듯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 경제에 유가하락은 큰 호재”라는 인식도 작용한다. 원유는 차량의 연료뿐 아니라 의복에서부터 각종 플라스틱, 화학비료, 약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공산품의 주요 원료다. 따라서 유가하락이 전반적 제품가격 인하로 연결될 경우 기업경쟁력은 물론이고, 가계의 소비여력도 높아져 경제회복의 선순환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기름값을 찍어 누르는 건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2011년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 이후 ‘원가를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알맹이가 없었다. 결국 정유사의 팔을 비틀어 3개월간 ℓ당 100원을 내리도록 한 게 전부였다. 요즘 주유소 형태는 정유사 직영뿐 아니라 자가상표(무폴)주유소, 셀프주유소, 알뜰주유소 등으로 다양하다. 기름값을 결정하는 요인도 복잡하다. 경쟁이 치열한 각 주유소는 임대료와 인건비, 세차장 유무, 주변 경쟁상황 등을 고려해 차별적으로 가격을 정하고 있어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많지 않다.

정부는 석유화학제품의 가격에도 유가하락 부분이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들 업종은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부족 및 중국제품과의 경쟁으로 값을 내리지 말라고 해도 내려야 할 형편이다. 정제마진 축소로 어려움에 빠져 있는 정유사들도 원유의 국내 도입에만 2개월이 걸려 유가하락 시에는 오히려 손실을 보는 게 현실이다.

유가변동이 충실하게 반영되도록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는 건 옳다. 하지만 공급의 고의적 축소나 사재기 등 반시장적 행위가 아니라면, 정부의 직접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 알뜰주유소 확산이나 가격정보 공개 등 경쟁촉진환경 조성으로 가격인하 유도에 중점을 둬야 한다. 정부가 시장을 잠시 누를 수는 있어도 이길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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