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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동주, 모든 직책서 아웃… 후계구도 급변

입력
2015.01.09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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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직도 해임 "신격호 총괄회장 지시로 경영 배제"

실적 저조·지분다툼 이유로 눈밖에 승계경쟁서 차남 신동빈 회장 유리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 세 곳의 이사에서 해임된 데 이어, 부회장직을 비롯한 모든 임원직에서 해임됐다. 특히 일본 롯데 측은 사임이 아닌 해임으로 발표한 것으로 볼 때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아웃’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 후계구도도 장남 대신 차남인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 체제로 재편될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8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신 전 부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내용을 승인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신 전 부회장은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의 대표이사, 롯데아이스 이사 등 3개 계열사 임원직에서 해임됐다(본보 1월6일자 18면). 일본 롯데상사의 대표이사는 츠쿠다 다케유키(佃孝之ㆍ72) 일본롯데홀딩스ㆍ롯데 대표이사 사장이 맡는다.

갑작스런 해임이유에 대해 일본 롯데그룹은 이유를 밝힐 수 없다며 침묵을 지켰다. 한국 롯데그룹 측은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경영은 독자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아는 바가 없지만 신 전 부회장의 인사를 결정할 사람은 신 총괄회장 뿐”이라고 전했다. 이번 신 전 부회장의 해임은 신 총괄회장의 결정이란 의미다.

최근 신 회장이 이끄는 한국 롯데에 비해 일본 롯데의 실적이 좋지 못한데다, 신규사업 진출도 부진한 데 따른 조치라는 것. 한국 롯데의 지난해 매출은 총 83조원으로 일본 롯데(5조7,000억원)보다 10배 이상 크다. 이에 더해 신 회장은 서울 신천동에 제2롯데월드를 개장하며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의 숙원사업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이 일본 롯데를, 차남인 신 회장은 한국 롯데의 경영을 맡았던 후계구도를 어지럽히며 신 총괄회장의 눈 밖에 났다고 전해진다. 2013년부터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에 중요한 위치에 있는 롯데제과의 지분을 일곱 차례에 걸쳐 사들이면서 형제 간 지분경쟁을 벌였다.

이 때문에 이번 해임은 신 전 부회장에 대한 단순한 경고 수준을 넘어 후계구도 경쟁에서 아예 배제시킨 조치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재계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이 가지고 있는 그룹 지분 구조는 그대로라고 할지라도, 롯데에서 신 총괄회장의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계열사 임원에서 밀려난 것은 후계구도 경쟁에서도 밀려났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인사가 신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 후계구도 경쟁에서 완전히 배제됐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순환출자 구조로 얽힌 일본 롯데그룹의 지분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데, 만약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에 이어 일본 롯데그룹의 2대 주주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면 재기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재로써는 후계경쟁에서 신 회장이 유리해졌다는 정도의 의미이며,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감안할 때 아직 후계경쟁이 끝났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전혼잎기자 hoi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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