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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쇄신하기엔 시간이…

입력
2015.01.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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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부터 내년 총선 이슈 가능성, 상반기마저 연금개혁 등 뒷전 우려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내놓을 메시지들 중 최고 관심사는 여권 쇄신 방향이다.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청와대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난 뒤 인적 쇄신 요구가 끊이지 않았으나, 청와대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현재로선 박 대통령이 청와대 및 총리를 포함한 내각을 당장 교체하기보다는 특유의 원칙을 내세워 논란을 돌파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여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12일 문건ㆍ정보 유출을 비롯한 공직자 기강 해이에 대한 엄벌 방안이나 재발 방지책,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의 소통 강화 방안을 내놓는 등 문건 파문을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 해법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없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박 대통령은 인적 쇄신 여론을 충분히 듣고 있지만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박 대통령의 고민은 시간이 없다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올 6월 이후엔 총선이 정치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치적을 남기려면 올 상반기에 승부를 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는 의미다. 1, 2월 중 청와대와 정부의 인적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경우 인사검증 논란이 정국을 뒤덮어 올 상반기로 시한을 정한 국민연금 개혁은 물론이고 경제 혁신과 노동ㆍ금융ㆍ교육ㆍ공공 분야 개혁 등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정치권에서 교체 대상 1순위로 지목한 정홍원 국무총리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새해 들어 자신감을 갖고 공직사회의 기강을 다잡는 모습을 보인 것은 청와대의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있다. 청와대가 인적 쇄신을 주저하는 속사정이 인물난이라는 얘기도 일부에서 나온다. 연말 여권에서는 "차기 총리 후보자로 청와대에 3,4배수 인사가 올라갔다", "청와대가 모 국무위원의 후임자를 찾고 있다" 등의 미확인 설이 나돌았지만 새해 들어 잠잠해졌다.

청와대가 6일 논평을 통해 '문건 파문은 몇 사람이 사심을 갖고 벌인 일'이라고 규정한 것은 '잘못이 없는 인사들을 쇄신 대상으로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하니 김 비서실장 등을 더 이상 흔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정치권에 보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논리는 내용이 '찌라시' 수준인 문건이 청와대에서 작성되고 불법 유출된 구조적 문제 대해 눈 감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또 청와대가 여당까지 요구하는 인적 쇄신을 끝내 거부할 경우 제도적 쇄신 방안을 내놓는다 해도 불통 논란을 잠재울 수 없다는 것이 일부 참모들의 진단이다.

물론 위기 때마다 반전의 승부수를 꺼낸 박 대통령이 일부 여권 고위 인사 교체를 결단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새해 국정운영 구상을 밝히는 자리인 12일 기자회견에서는 박 대통령이 구체적 인사 계획을 밝힐 가능성이 별로 없고, 새해 부처 업무보고가 끝나는 1월말 이후로 미뤄질 공산이 크다. 박 대통령이 "비서에 불과하다"고 감싼 청와대 비서관 3인방의 거취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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