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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빠르고 짙게 몰려오는 글로벌경제 먹구름

입력
2015.01.07 16:55

글로벌 경제의 먹구름이 예상보다 급격하게 몰려오고 있다. 산발적으로 불안을 키웠던 잠재 악재들이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양상이다. 세계적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각국 주가와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불확실성이 고조되자 글로벌 자본시장에서는 ‘안전자산 회귀’ 현상이 두드러져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해 연일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미국 국채시장 등으로 역류(逆流)하는 조짐도 역력하다.

그제 유럽ㆍ미국에 이어 아시아 주요국 증시를 급락세에 빠뜨린 직접적 요인은 배럴 당 50달러 이하로 하락한 국제유가다. 미국산 서부텍사스유가 한 때 50달러 아래까지 곤두박질치자 유럽 증시가 3% 전후 급락했고, 미국과 아시아 증시의 동반 하락세로 이어졌다. 글로벌 경기회복의 호재로 작용해야 할 유가 하락이 오히려 악재로 해석되는 이유는 유럽에 있다. 유럽연합(EU)을 휩쓴 부채위기 이후 지속된 불황에 더해 저유가 상황이 겹치며 EU 경제의 견인차인 독일마저 지난해 인플레이션률이 0.1%까지 밀린 것으로 나타나자 EU 전역이 사실상 디플레이션 상황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요인은 오는 25일 조기총선에서 제1야당이자 급진좌파인 시리자의 집권이 유력시 되는 그리스 정국이다. 시리자는 그 동안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주도하는 그리스 재정개혁 등에 강력히 저항해왔다. 시리자가 집권하면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그렉시트(Grexit)’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와, 어쨌든 EU 경제에 다시 한 번 회오리가 닥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극히 불확실해지고 있는 EU 경제상황은 증시 불안과 함께 유로화 급락세를 일으켜 달러ㆍ유로 환율은 그제 1.1864달러로 9년만에 최저치(달러 강세)로 내려앉았다.

EU 불황 심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의 대외 여건은 더욱 험난해지고 있다. ‘오일전쟁’ 지속에 따른 러시아 등 일부 산유국의 디폴트 위기, 강(强)달러ㆍ엔저(低)의 이중고 같은 기존 불안요인과 새 악재가 겹쳐지면서 점진적 경기회복의 기대마저 불확실해지는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중국 경제가 저유가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게 다행이지만, 중국 경제가 삐끗하고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등 악재가 추가로 불거질 경우, 최근 S&P의 비관적 전망대로 우리 경제의 올 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글로벌 경제 변수에 따라 죽 끓듯 요동치는 금융시장 상황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악재가 소용돌이치는 상황에선 언제든 뜻밖의 해일이 일어나 실물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도 있는 만큼 정책 당국은 그 어느 때보다 대외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내부적으론 각종 규제개혁 등을 서둘러 장기 성장기반을 착실히 다지는데 더욱 힘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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