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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경정 허위문건 도대체 왜… 檢, 조작 동기엔 흐릿한 추정만

입력
2015.01.05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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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만 이용 입지 강화" 의심만, 조응천 범행동기도 불명확

박지만 비선 보고받은 이유도 베일, 靑 문건 수개월간 거부 안 한 점 의문

검찰은 연말 정국을 흔들었던 ‘정윤회 문건’ 의혹에 대해 허위로 문건을 만든 박관천(49ㆍ전 청와대 행정관) 경정과 이를 개인적 목적으로 이용한 조응천(53)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합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 동기에 대해 여전히 설득력 있는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허위 내용이라는 문건의 출처도 말끔하지가 않다.

허위문건 작성 동기 여전히 미궁

검찰에 따르면 정윤회(60)씨의 국정개입 비밀 회동(십상시 모임)과 박지만 EG 회장에 대한 미행설은 모두 허위였고 관련 문건은 박 경정이 조작해 만들어 냈다. 박 경정은 정윤회 문건의 경우 조 전 비서관의 지시에 따라, 박동열 전 대전국세청장으로부터 들은 것을 정리했다고 주장했다. 미행설 문건의 경우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허위임을 인정하고, 박 회장에게 허위사실을 보고한 후 박 회장이 청와대에 알리려 하자 이를 말렸다고도 한다.

그러나 검찰은 박 경정이 왜 이 같이 대담한 조작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박지만 회장을 이용해 자신들의 역할 또는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추단된다”는 ‘해석’만 내놓았을 뿐이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의 출처로 지목된 박 전 청장은 물론 그에게 ‘찌라시(사설정보지)’나 풍문을 전했다는 사람들을 조사해 ‘문건은 조작’이라는 결론을 얻었지만 ‘왜 조작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한 것이다. 청와대 행정관의 직책을 가진 박 경정이 상관에게 보고되는 공식 문건을 무리하게 조작한 배경에는 드러나지 않은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문만 남기고 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의 범행 동기도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조 전 비서관은 2013년 6월부터 2014년 1월 사이에 정윤회씨에 대한 비방 문건을 포함해 17건의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을 박회장에게 비선으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이 정씨나 청와대 핵심 비서관 등을 견제하기 위해 박 회장을 끌어들이려고 했다는, 청와대 내부 권력 암투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 부부 관리 차원에서 몇몇 문건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나머지 범행은 부인하고 있다”며 “그것(권력 다툼)까지는 우리가 판단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안 했다’고 하는 사람에게 ‘왜 그랬냐’를 추궁할 수는 없는 데다가 청와대의 권력 다툼 관계는 애초 수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정씨 비방문건 등을 박 회장에게 전달한 박 경정의 동기에 대해서도 “진술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5일 오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 브리핑실 연단으로 나오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5일 오후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 브리핑실 연단으로 나오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박지만 회장이 비선보고 요구했나

박 회장이 조 전 비서관으로부터 수 차례 비선 보고를 받은 이유도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은 일단 “박 회장이 별도의 지시를 한 흔적은 없으며 자신의 부부 관련한 안 좋은 루머를 차단하는 차원에서 물은 것일 뿐 다른 정보 습득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박 회장이 수 개월 동안 청와대 공식 문건을 전해 받으면서 청와대 문건이라는 점을 알았을 가능성이 크고, 그럼에도 거부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문이다. 정윤회씨 등에 대한 동향 보고를 직접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어도 적어도 도움이 되는 정보 보고를 묵인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검찰 조사에서는 조 전 비서관이 박 회장에게 문건을 전달한 것이 2013년 6월부터로 나타났지만 조 전 비서관이 2013년 2월부터 청와대에서 일했다는 점에서 그 전부터 비선보고가 있었을 가능성도 높다. 애초에 박 회장의 필요에 따른 비선보고였을 수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문건 내용 다 밝혔나

검찰이 ‘허위’라고 단언한 문건 내용도 100% 의혹이 해소됐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검찰은 과거 1년간의 당사자들의 통화내역과 모임이 있었다는 J중식당의 예약장부 등을 모두 확인한 결과, 정씨와 청와대 비서관들의 모임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안봉근 청와대 제2부속 비서관 2명만이 정씨와 지난해 3, 4월 및 11월에 수회 통화한 사실만 나왔다고 한다. 미행설 보도와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가 있었던 직후였다.

하지만 통화내역은 1년만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난해 1월 6일 문건에서 ‘매월 2차례 모였다’는 문건 내용의 진위는 수사 착수 시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2013년 12월 정도만 확인이 가능했다.

검찰은 또 박 회장이 2013년 말 지인인 김모씨로부터 최초로 미행설 정보를 듣고 박 경정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씨는 또 어떤 경로로 미행 얘기를 알게 돼 박 회장에게 전달했는지, 검찰에서의 진술대로 별 뜻 없이 한 이야기가 이렇게 퍼졌는지가 미심쩍은 부분으로 남는다. 김씨는 검찰에서 “정윤회씨가 약점을 잡기 위해 미행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만 했다고 하는데, 검찰 조사는 이 진술을 받는 것까지였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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