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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직근무 중 靑문건 빼돌려…카톡으로 언론사 전달

입력
2015.01.05 10:57

박관천 경정 공소장서 유출·유포·회수 경위 드러나

지난달 5일 새벽 조사를 받은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는 박관천 경정. 연합뉴스
지난달 5일 새벽 조사를 받은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는 박관천 경정. 연합뉴스

청와대 문건이 언론사에 유출됐다가 뒤늦게 회수되는 과정이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관천 경정의 공소장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5일 박 경정의 공소장에 따르면 문건이 청와대 밖으로 나간 경로는 두 갈래다. 박 경정이 상급자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를 받아 박지만 EG 회장 측에 이른바 '정윤회 문건' 등 17건의 문건을 건넨 것이 그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문건 작성자인 박 경정의 뜻과 무관하게 벌어진 일종의 '유출 사고'로, 문건 내용을 보도한 세계일보 측이 관련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과정에 해당한다.

박 경정은 작년 2월10일 자신이 서울경찰청 정보분실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틀 뒤 '정윤회 문건'을 비롯해 자신이 작성했던 다량의 문건들을 개인 짐에 담아 정보분실 사무실에 옮겨 뒀다.

이 짐에는 자신이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근무 시절 작성·수집했다가 경찰청 내에 보관해 두던 수사자료도 함께 들어가 있었다.

박 경정은 자신의 예상과 달리 2월16일께 서울 도봉경찰서 정보보안과장으로 발령이 나면서 짐도 함께 챙겨 갔지만, '사고'는 박 경정의 짐이 정보분실에 임시보관돼 있던 때에 이미 벌어졌다.

2월15일 토요일 당직근무를 하고 있던 정보분실 소속 한모 경위가 박 경정의 짐에서 문건들을 빼내 몽땅 복사했던 것. 한 경위는 청와대 문건뿐 아니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수사 자료마저도 함께 복사했다.

한 경위는 2월20일 복사한 문건을 정보분실 동료 경찰관인 최모 경위(사망)에게 건넸다.

최 경위는 이 중 5건의 문건을 스마트폰 사진으로 찍은 뒤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으로 세계일보 기자에게 보냈다. 청와대 행정관들의 비위 의혹을 담은 문건들로, 그 내용은 같은해 4월 초에 3차례에 걸쳐 기사화됐다.

최 경위는 기사가 나간 지 한 달여가 지난 5월8일께 빼돌린 문건의 복사본을 해당 기자에게 또 넘기기도 했다.

세계일보의 '청와대 행정관 비위 의혹' 보도 이후 문건 내용이 어떻게 기사화됐는지를 의아해하던 박 경정은 해당 기자와 접촉했다. 결국 박 경정은 5월10일께 세계일보 건물로 찾아갔고, 해당 기자가 보유하던 문건들도 볼 수 있었다.

이틀 뒤 박 경정은 기자로부터 문건 사본을 회수했다.

이 문건은 박 경정이 지난 2월 정보분실로 반출했던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었다. 청와대 문건들과 합쳐 개인 짐에 넣어 둔 지능범죄수사대 수사 자료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 경정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이 청와대에 있던 내 책상에서 문건을 빼돌리고 나서 대검 범죄정보 수사관에게 줬고, 이를 건네 받은 경찰청 정보분실 경찰관이 기자에게 문건을 준 것'이라는 유출 경위 보고서를 작성했다.

박 경정은 작년 6월께 이 보고서를 문건 사본과 함께 청와대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 보고서의 내용이 허위인 데다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과 대검 범죄정보 수사관 등을 처벌 내지 징계해 달라는 취지까지 담은 것으로 보고 박 경정의 범죄사실에 무고 혐의를 추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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