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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진안·장수·임실 지역구 또 통폐합 대상 운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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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246곳 선거구 중 25곳이 인구 하한선에 미달
형님·아우 지내던 지방 의원들 통폐합 득실 셈법 놓고 신경전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올해의 정치권 화두는 개혁이 될 전망이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인구편차(3대1)를 연말까지 2대1로 재조정하라고 결정한 만큼 선거구 재획정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헌재 기준에 따르면 전국 246곳의 선거구 가운데 37개는 인구 상한선(27만7,000여명)을 초과하기 때문에 분할 대상에 올랐고 25개는 하한선(13만8,000여명)에 미달해 통폐합 대상이 될 판이다.
선거구 재조정에 앞서 정치권이 국회의원 정수나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비율 등 큰 틀의 구조조정에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선거구 재조정 논의에서는 도시와 농촌의 지역 대표성 격차가 핵심 사안이다. 농촌지역은 선거구 재조정을 앞두고 대표성이 더욱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로 새해 벽두부터 뒤숭숭했다.
“농촌 주민 목소리는 누가 들어주나” 팽배한 불만
9개 선거구 중 2곳(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군, 홍천ㆍ횡성군)이 인구 하한선 미달 지역으로 분류된 강원도는 선거구 재조정에 따른 불안한 시나리오가 번지면서 민심이 얼어붙고 있었다. 지난달 29일 양구군청 근처에서 만난 김성만(56ㆍ자영업)씨는 “양구군을 포함한 4개 군 면적을 합치면 서울 전체 면적의 6배나 되는 넓은 땅덩어리인데 이마저도 통합되면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어떻게 듣겠냐”고 헌재 결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횡성군에서 만난 공무원 김모(40)씨도 “도내 선거구가 임의적으로 통합되거나 분리될 것이라는 추측들이 떠돌면서 주민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강원도 국회의원이 9명보다 줄어들면 지역 예산 축소와 지역 발전 퇴보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강원도에서는 선거구 사수에 비상이 걸렸다. 13대 총선 당시 14석이던 강원도의 의석수는 인구 감소와 함께 시나브로 줄어들어 19대 총선에서는 9석이 됐고 또다시 감소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인구 11만5,958명으로 하한선에 미달하는 철원ㆍ화천ㆍ양구ㆍ인제군에서는 군 부대와 학교ㆍ기관을 대상으로 주소지 이전 운동도 펼치고 있다.
선거구 축소 대상으로 오른 호남과 충청, 경북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각 자치단체별로 인구 늘리기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등 선거구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다. 친박 실세로 알려진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경북 군위ㆍ의성ㆍ청송)가 “오갈 데 없는 교도소를 청송으로 보내달라”고 호소한 것도 지역구 인구 늘리기의 일환으로 풀이됐다. 인구 하한선에 미달하는 지역구마다 “국회의원이 어떻게 했길래 선거구 하나 지키지 못하느냐”는 유권자 불만도 팽배했다.
전북의 경우 전체 11개 지역구 가운데 4개 지역구가 인구 하한에 미달해 통폐합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4개 군 단위가 합쳐진 무주ㆍ진안ㆍ장수ㆍ임실 지역구의 운명은 더욱 기구하다. 17대 총선까지 3개 군이 합친 무주ㆍ진안ㆍ장수 지역구를 유지하다 18대 총선에서 임실군이 보태진 데 이어 이번 조정에 따라 5개 시군이 하나의 지역구로 통폐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구 조정 눈치 싸움에다 게리맨더링 우려도
지역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선거구 조정에 따른 유불리 셈법으로 신경전이 치열했다. 경북 영주에서 만난 새누리당 당원은 “영주와 봉화는 한 생활권이고 과거에도 같은 선거구였던 만큼 영주 봉화를 합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주가 독립 선거구를 유지하지 못하는 대상이 되자 인근 영양ㆍ영덕ㆍ울진ㆍ봉화 지역구에서 봉화를 떼서 오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봉화 주민뿐 아니라 지역구를 차지하고 있는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이 강력 반발해 실현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역시 독립 선거구 유지가 불가능한 전북 부안ㆍ고창 지역구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새정치연합 전북도당 소속이라는 이모(48)씨는 “고창군은 과거 정읍시와 같은 선거구였고 생활ㆍ문화를 공유하고 있는데 정치권 이해관계로 갈렸다”면서 고창과 정읍시의 통합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부안은 국책 사업인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연결돼 있는 만큼 김제시와 통합대상이라는 주장이다.
중앙 정치권에서도 선거구가 접한 지역구 간의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된다. 선거구 재조정대상 지역구 출신의 여당 의원은 “지역 국회의원들과 평소에는 ‘형님’ ‘아우’ 하며 살갑게 지내지만 헌재 결정 이후 서로 껄끄러워 관련한 대화를 하지 않는 게 불문율”이라고 전했다. 경북의 경우 영주와 문경ㆍ예천, 상주, 군위ㆍ의성ㆍ청송, 김천, 영천 6개 지역구가 내륙 북부지역으로부터 연결되어 있어 선거구 재조정 국면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
이러다 보니 과거 선거구 재획정 때마다 불거진 게리맨더링(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정하는 것)이 또다시 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특히 선거구 통폐합 대상에 새누리당 김무성(부산 영도) 대표와 이완구(충남 부여ㆍ청양) 원내대표 등의 지역구가 포함돼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구ㆍ영주ㆍ고창=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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