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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뒤흔든 '정윤회 문건' 수사 용두사미로

입력
2015.01.04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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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오늘 조응천 불구속 기소… 중간수사결과 발표하며 마무리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뉴시스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뉴시스 자료사진

‘정윤회 문건’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조응천(52)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5일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달 1일 수사팀 구성 후 한 달 여간 진행해 왔던 문건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이날 오후 발표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와 형사1부(부장 정수봉)는 조 전 비서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4일 밝혔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취득한 ‘정윤회 문건’을 포함한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관련 동향 문건 17건을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에게 비선으로 전달하며 보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이 전달한 문서는 박관천(48ㆍ전 청와대 행정관) 경정이 작성했으며 검찰은 3일 박 경정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무고 등 4가지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박 경정이 청와대에서 서울경찰청 정보분실로 반출한 청와대 문건을 몰래 복사해 언론사 등에 유포한 혐의로 서울경찰청 소속 한모 경위도 조 전 비서관과 함께 불구속기소할 방침이다. 검찰은 앞서 조 전 비서관과 한 경위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은 그 동안 문건에 언급된 인물들을 추적 조사해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와 청와대 비서관 3인방 등의 강남 중식당 비밀회동, 즉 ‘십상시 모임’은 허위라고 결론을 내렸으며 ‘정씨가 박지만 회장을 미행했다’는 보고서 역시 박 경정이 만들어낸 허구로 종지부를 찍었다.

검찰은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서 박 경정이 허위 보고서를 만든 범행동기와 조 전 비서관이 어디까지 개입 했는지 등을 밝힌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이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박지만 미행설 문건’ 등이 허구라는 수사결과를 밝혀도 정씨를 둘러싼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한계를 남기고 있다. 정씨가 문화체육관광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제대로 수사에 착수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정윤회씨 등을 인사개입 의혹 등에 대해 고발ㆍ수사의뢰하고 이에 정씨가 맞고소한 사건은 추가 수사를 벌여야 한다. 또 애초에 이번 수사의 시작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가 ‘정윤회 문건’ 내용을 사실이라고 확정해 보도한 세계일보를 고발한 명예훼손 사건이었지만 세계일보 기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는 가닥이 잡히지 않았다.

결국 비선실세의 국정 농단 의혹은 수사 대상이 되지 않은 채 대통령의 수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유출 책임자만 처벌하는 결론으로 모아지며, 정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의 한계만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 자체가 사실상 대통령의 주문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검찰이 수사의 범위 확대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정윤회 씨(왼쪽)와 박지만 EG 회장. 뉴시스 자료사진
정윤회 씨(왼쪽)와 박지만 EG 회장. 뉴시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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