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구 개편과 함께 개헌 논의도 시작하라

입력
2015.01.02 17:13

새해 정치권이 떠안은 과제가 많지만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과 개헌 논의가 역시 핵심이다. 정치적 이해타산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두 사안의 기본 속성에 비추어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는 올해가 그나마 합리적 대안에 이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여야가 최대한 당리당략을 멀리한 채 모처럼의 호기(好機)를 제대로 살리기를 기대한다.

선거제도 개편은 한결 시급하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30일 최대 인구편차가 3대1인 현행 지역구 의원 선거구 획정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동시에 사실상 개편 작업이 시작됐다고 봐도 좋다. 헌재가 국회에 최대 인구편차를 2대1로 줄인 새로운 선거구 획정을 주문한 바 있어, 현재의 선거구 246개 가운데 62개의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헌재는 인구분포에 맞춘 선거구의 조정을 주문하는 데 그쳤지만, 실제 조정작업은 단순히 인구 과소지역의 통폐합과 인구 과다지역의 분할로 끝나기 어렵다. 지역구와 비례구 의원 정수의 조정 등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만 한다. 여야는 물론이고 같은 정당 내부에서도 심각한 의견대립을 빚을 수 있다. 갈등 해소에 적지 않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점에서 늑장을 부릴 일이 아니다.

여야는 지난 연말 2+2 회담을 통해 국회에 정치개혁특위를 두어 선거제도 개편에 임하기로 합의했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1월 중 정개특위 구성을 다짐했다. 일단 월내 정개특위 가동은 예고된 셈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이왕에 지역구와 비례구 의원 정수 등을 조정하기 위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면, 한국정치 최대의 오점인 ‘지역별 싹쓸이’를 완화할 제도적 장치 등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무성하다. 한국일보가 신년기획 ‘선거제도 혁신, 올해가 골든타임’에서 잇달아 제기했듯, 중ㆍ대 선거구제나 독일식 정당명부제 등 다양한 제도적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정 의장도 개인적으로 비슷한 제안을 한 바 있다. 이런 복합적 제도 개편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여야가 한 치도 느긋한 자세를 가질 수는 없다. 2월의 제1야당 전당대회까지 고려하면, 당장 다음 주부터라도 국회 정개특위가 가동될 수 있도록 여야 지도부가 전에 없는 각오를 해야 한다.

우리는 개헌 논의의 본격화도 올해가 적기라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경제 블랙홀”을 우려, 경계심을 표한 것은 권력누수(레임덕)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에 가깝다. 무엇보다 현행 ‘87년 체제’의 문제점이 오랫동안 지적되고, 여러 대안까지 거론된 마당에 올해 같은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정 의장이 개헌 논의를 “활화산에 가까운 휴화산”이라고 표현했듯, 누른다고 잦아들 문제가 아니다. 정개특위가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개헌을 논의하는 방안이 여러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여당 지도부가 청와대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결단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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