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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 시늉만… 폐쇄적인 청와대

입력
2015.01.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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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율 10%로 MB때보다 높지만 청구 내용과 무관·불성실 답변 많아

사전 공표 대상조차도 비공개 투명한 정부 역행 "루머 생산 구조"

투명한 정부를 표방한 박근혜 정부가 정작 청와대 정보공개에는 폐쇄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표면적으로 공개건수는 늘었지만 내용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1일 행정자치부의 ‘정보공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첫 해인 2013년 청와대의 정보공개 비율은 10%(531건 중 54건)로, 이명박 정부 임기(2008~2012년) 중 정보공개 청구가 가장 많았던 2010년 공개비율 4%(994건 중 40건)의 두 배가 넘었다. 정부 전체로 볼 때 공개비율은 2010년 89.7%(32만2,018건 중 25만9,739건)에서 2013년 96%(36만4,806건 중 31만6,367건)로 6%포인트 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공개한 내용을 살펴보면 겉으로 드러난 수치와는 달리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최근 청구한 ‘국무회의 중 대통령 비서실 속기록 작성 현황’에 대해 청와대는 ‘각 회의별로 속기록을 작성하고 있다’는 답변만 내놨다. 청구에 포함된 국무회의 개최일, 주요 참석자, 회의별 속기록 작성 여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았다. 정진임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우리 센터가 청와대에 2013년 공개를 청구한 17건 중 공개한 것은 4건으로 공개비율이 23.5%에 달했지만 하나같이 청구 내용과 상관 없거나 일부만 공개해 형식적인 공개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과거 제대로 공개하던 정보가 박근혜 정부 들어 갑자기 부실해지기도 했다. 정보공개센터가 지난달 15일 청구한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에서 외국에 전달한 선물 목록, 외국에서 받은 선물 목록’이 대표적이다. 이 청구에 대해 청와대는 ‘외국에서 받은 선물 목록’만 공개했다. 이마저도 ‘선물 목록’과 ‘국가 및 기관명’을 따로 정리해 어떤 선물을 누가 줬는지 알아볼 수 없게 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국가별 선물 목록뿐 아니라 각 선물의 규격, 증정인의 직위와 이름, 수령일과 장소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공개했다.

청와대는 사전정보공표 대상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사전정보공표 목록은 정보공개 청구가 없어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해야 하는 정보다. 그러나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은 대통령 기록물 생산현황을 공개하지 않다가 지난해 3월 정보공개센터가 정보를 공개하라고 청구하자 지난해 12월 5일에야 홈페이지에 2013년 현황을 올렸다. 정보공개센터가 수차례 지적한 결과였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을 때 ‘정윤회 문건’ 파문처럼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국가적인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진임 사무국장은 “중앙부처와 시ㆍ도, 69개 시군구의 국장급 이상 결재 문서까지 정보공개포털에 게시되는 데도 청와대는 그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이렇게 폐쇄적인 태도를 고치지 않으면 국민들의 신뢰를 절대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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