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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美 비난·핵 억제력 강조…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살얼음판

입력
2015.01.0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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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문제엔 강경입장 고수… 남북관계와 '투트랙' 분명히

인권결의안·영화 등 공론화되자 체제 위협 심각하게 느끼는 듯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했지만 대외 문제에서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그대로 고수했다.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미국의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난하는가 하면 핵ㆍ경제 병진 노선과 핵 억지력을 강조하면서 대외관계는 남북관계와 달리 ‘투 트랙’으로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로써 북한발 한반도 정세는 올 한해도 여전히 살얼음을 걷는 형국이 될 전망이다.

새해 첫날인 1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을 찾은 시민들이 망원경으로 임진강 철교와 북한 개성 쪽을 바라보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새해 첫날인 1일 경기 파주시 임진각을 찾은 시민들이 망원경으로 임진강 철교와 북한 개성 쪽을 바라보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대외 강경 노선으로 6자 회담 재개도 난망

김정은은 이날 한반도의 긴장 격화 원인으로 미국의 적대 정책을 지목하면서 ‘핵억제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는 “올해부터 혁명무력 건설과 국방력 강화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켜 군사강국의 위력을 더 높이 떨쳐야 한다”면서 선군정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또 “남조선에서 해마다 그칠 사이 없이 벌어지는 대규모 전쟁연습들은 조선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고 민족의 머리 위에 핵전쟁의 위협을 몰아오는 주되는 화근”이라며 한반도 긴장의 책임을 남측에 돌리기도 했다.

김정은은 이어 국제사회의 인권 압박을 향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특히 미국에 대한 적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우리 공화국을 압살하기 위한 미국의 극단적 대조선 적대시 정책으로 조선반도에는 긴장격화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전쟁위험은 더욱 커졌다”며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우리의 자위적인 핵 억제력을 파괴하고 우리 공화국을 힘으로 압살하려는 기도가 실현될 수 없게 되자 비열한 인권소동에 매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유엔총회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과 김정은의 암살을 주제로 한 미국 소니 픽처스의 영화 ‘인터뷰’ 등 국제적으로 공론화되는 북한 인권문제를 심각한 체재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은은 그러면서 국제사회의 압박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핵 억제력을 내세웠다. 그는 “선군의 기치를 높이 추켜들고 핵 억제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을 억척같이 다지고”라며 재차 선군정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올해에도 북핵 6자 회담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핵ㆍ경제 병진 노선 강조와 내부 통제 강화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경제생활 향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도 핵ㆍ경제 병진노선에 대한 강조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당의 위력한 무기인 사상을 틀어쥐고 사상사업을 공세적으로 다지겠다”, “당의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관철해 군수생산의 주체화, 현대화, 과학화를 다그치겠다”이라고 말하며 내부 통제 강화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김정은은 또 올해가 노동당 창건 70주년이라고 강조하면서 “당의 영도력과 전투력을 강화하는 데서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해야 한다”며 당 중심의 국정운영을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이어 “당 사업의 주되는 힘이 인민생활 향상에 돌려지도록 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당 내부의 ‘세도(정치적인 권세를 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와 관료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정은 2013년 말 진행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과 후속작업을 의식한 듯 지난해 “혁명대오의 순결성과 위력이 강화됐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의 이런 언급은 내부 통제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화 ‘인터뷰’ 등이 북한 내부로 흘러 들어 올 경우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경제 발전의 역설적 효과로 자본주의적 사고가 만연해 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정은은 나아가 우리의 경찰청에 해당하는 인민보안부 산하 조직인 인민내무군이 “수령 보위, 제도 보위, 인민 보위의 칼을 날카롭게 버려야 한다”며 공안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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