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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고개 숙인 채 말없이 눈물만

입력
2014.12.30 17:06

영장실질심사 출석, 시민에 옷깃 잡히는 수모도

'땅콩 리턴' 사건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30일 오전 고개를 숙인 채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땅콩 리턴' 사건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30일 오전 고개를 숙인 채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서부지법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땅콩 리턴’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30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렸다. 법원이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한 경우가 극히 드문 만큼 조 전 부사장의 구속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병찬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1시간 30여분에 걸쳐 진행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미국 현지시간) 대한항공 KE086여객기 안에서 1등석 견과류 서비스에 불만을 갖고 박창진(44) 사무장과 A승무원을 폭행하고, 항공기 ‘램프 리턴’을 기장에게 지시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왔다. 대한항공 측의 조직적 증거인멸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 객실담당 여모(57) 상무의 영장실질심사도 함께 진행됐다.

조 전 부사장은 오전 10시쯤 구인장 집행에 응하기 위해 검찰청에 들어갔다가 영장실질심사 법정에서 심문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수사관 2명에 이끌려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대기하기 위해 검찰청으로 이동하던 조 전 부사장은 15분 가량 동안 취재진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하던 조 전 부사장은 한 시민이 “조현아, 얼굴 들어”라며 코트 옷깃을 잡아 당기자 눈물을 보였다. 이날 서부지법 1층 정문에는 청원경찰 10여명이 배치돼 조 전 부사장을 따라 정문 안으로 들어가려던 취재진의 접근을 막기도 했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를 낙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사건 당시 조 전 부사장이 대한항공 경영진으로서 항공기에 탑승한 300여명의 승객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함에도 불구, ▦기업총수의 딸로서 권력을 남용해 항로 변경을 임의로 지시하고 ▦특별사법경찰관 신분인 사무장과 승무원을 폭행함으로써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해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사건 이후 대한항공 측이 ▦박 사무장과 A승무원에게 거짓진술을 강요하는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서고 ▦사건 조사를 맡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조사 내용을 흘려 듣는 등 사건 은폐 정황도 드러나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이 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큰 것도 구속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검찰이 당초 확신했던 조 전 부사장의 증거인멸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 초기 여 상무가 조 전 부사장에게 증거인멸과 관련해 수시로 상황 보고를 받은 정황을 잡았다. 하지만 여 상무가 입을 닫고 조 전 부사장도 혐의를 부인하면서 결국 증거인멸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혐의만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의 혐의 상당 부분을 강하고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는 점도 법원의 영장 발부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항공보안법 위반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지난 3년간 항공법 또는 항공보안법 위반 사건을 통틀어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사례도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과 관련된 것으로 항공기 운항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다. 나머지는 기내 소란 및 조종사들의 운항 과실 등으로 대부분 약식기소로 마무리됐다.

한편 여 상무는 임직원을 동원해 증거를 없애려고 한 부분이 주된 범죄사실로, 영장 발부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전해졌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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