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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토부와 대한항공의 부적절한 '특혜 거래'

입력
2014.12.26 16:45

국토교통부 지방항공청 공무원 가운데 항공사로부터 좌석 승급 특혜를 받았다가 적발된 직원이 최근 3년간 31명에 이르는 것으로 자체 감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국토부는 이들에 대해 경고조치로 끝나 봐주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토부 공무원행동강령에는 직무 관련자로부터 식사ㆍ골프 접대를 받거나 교통ㆍ숙박 등의 편의를 제공받지 못하게 돼있다. 경징계가 아니라 뇌물 및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는 사안이다. 국토부는 본부 직원을 대상으로 좌석 승급 관련 감사를 벌인 적이 없어 출장 등에서 승급 특혜를 받은 공무원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이와 별개로 국토부 과장 등 직원 3명이 올해 초 대한항공을 이용해서 유럽으로 출장을 가면서 좌석 부당승급을 받았다는 제보를 받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땅콩 회항’에서 시작한 국토부와 항공사의 부적절한 유착관계는 상당히 심각하다. 어제 구속된 국토부 김모 조사관은 국토부가 조사에 착수한 이후 수십 차례에 걸쳐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대한항공 임원에게 조사 내용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이를 개인의 특수한 일탈행위만으로 보기 어렵다. 국토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받을 때 대한항공 임원을 배석시켰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상사가 앞에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회사의 잘못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기 어려운 것은 두말 할 여지가 없다. 항공기 사무장은 “진술서를 임원 앞에서 10여 차례 고쳐 써야 했다”고 털어놨다.

국토부 직원들만 한심한 게 아니라 장관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처음부터 대한항공 출신을 조사 담당자로 내세워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는 데 대해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큰소리쳤다. 조사관 6명 중 2명이 대한항공 출신이었다. 그러고도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없다니 국토부 전체가 심한 도덕 불감증에 빠져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국토부의 안이한 인식과 무책임한 태도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번 대한항공 봐주기 조사도 결국 항공기 좌석 승급 특혜 같은 유착의 고리가 끈끈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토부 공무원에 대한 대한항공의 예우가 겨우 이 정도에 그쳤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국토부는 이제라도 ‘칼피아(KAL+마피아)’를 비롯한 민관유착의 고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감사원 감사는 물론 검찰 수사를 통해 검은 뿌리를 확실히 도려내야 한다. 조사의 객관성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 서 장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에 환부를 과감히 도려내지 못하면 국토부는 항공마피아의 서식처가 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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