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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집단공작'...반성은 애초에 생각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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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 밀착 마크하며 지속적 압박... 국토부·검찰 조사·언론 보도 대비
회유 및 말맞추기로 은폐 기도... "사무장의 잘못" 거짓 경위서 받기도
사무장 조사 때 임원 동석 사실... 국토부, 발뺌하다 뒤늦게 인정 빈축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증거인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 이근수)는 증거인멸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객실담당 상무 A씨 이외에 또 다른 임원 3명이 피해 직원들을 ‘밀착 마크’하며 허위진술을 강요한 단서를 잡았다. 검찰은 대한항공 임원들이 피해 직원들에게 조 전 부사장에게 유리한 허위 경위서와 시말서를 쓰도록 강요한 정황도 포착했다.
16일 검찰과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 임원들은 항공기에서 쫓겨난 사무장 박창식씨와 여성 승무원 2명, 기장 등 조현아 전 부사장의 기내난동 사실과 ‘램프 리턴’ 상황을 잘 아는 4명을 ‘땅콩 회항’ 사건이 발생한 지난 5일부터 3, 4일 동안 ‘밀착 마크’ 했다. 증거인멸을 총괄한 A씨를 비롯해 승무원 담당 임원과 조종사 담당 임원, 안전보안실 책임자 등 부문별 담당 임원들은 피해자 4명을 사무실로 불러 국토교통부 및 검찰 조사, 언론 보도에 대비해 조 전 부사장에 유리한 진술을 하도록 지속적으로 회유하고 말을 맞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사무장 박씨도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회사의 호출을 받고 사무실에 들렀는데 그 때마다 미리 온 승무원과 임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국토부 조사가 시작된 8일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사무장과 승무원 탓이라는 취지의 거짓 보도자료를 ‘자신 있게’ 배포할 수 있었던 것도 사전에 피해자들로부터 허위진술을 강요해 받아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대한항공 본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해자들이 강요에 의해 작성한 허위 경위서와 시말서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확보한 사건경위서와 시말서에는 조 전 부사장은 잘못이 없고 사무장과 승무원이 잘못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들어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피해자들을 압박해 조 전 부사장에게 유리한 경위서와 시말서를 받아놓았기 때문에 사건 은폐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A씨를 비롯한 임원들은 피해자들이 국토부 조사를 받으러 갈 때도 배석해 허위진술을 하도록 심리적으로 압박을 넣었다. 참여연대는 “임원들이 개별적으로 피해자들을 압박했을 뿐 아니라 국토부 조사에서도 배석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제대로 진실을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국토부의 비정상적인 조사행태를 질타했다. 국토부는 이날 오전까지도 사무장 박씨를 조사할 때 대한항공 임원이 동석한 사실이 없다고 발뺌했다가 뒤늦게 19분 정도 같이 있었다고 인정해 빈축을 샀다. 박씨가 검찰에 출석해서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국토부의 2차 조사에는 불응한 이유도 이런 국토부의 태도에 대한 항의 성격이 짙다. 박씨의 지인은 “국토부가 조사과정에서 진실을 제대로 말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박씨가 허위진술을 했다고 주장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이 이틀째 사무장과 승무원 집을 찾아와 사과쪽지를 건네고 있는 점도 논란거리다. 사과 받을 사람의 입장이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방문하면 부담만 안겨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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