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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이 조사받는 승무원 밀착 마크… 도 넘은 '조현아 구하기'

입력
2014.12.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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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사받을 때도 따라가 불리한 진술 못하게 압력 넣어

"조씨 증거인멸 교사 드러나면 구속영장 청구할 가능성도"

'땅콩 회항'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가운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를 마친 뒤 이화석(왼쪽) 대한항공 전무, 서용원 한진 대표이사와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 뉴시스
'땅콩 회항' 사태로 물의를 일으킨 조현아(가운데)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를 마친 뒤 이화석(왼쪽) 대한항공 전무, 서용원 한진 대표이사와 함께 걸어 나오고 있다. 뉴시스

검찰이 조현아(40)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조 전 부사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임원 A씨가 검찰과 국토교통부에 출석하는 직원들을 ‘밀착 마크’하며 조 전 부사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은 정황이 포착됐다.

15일 검찰과 대한항공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A씨는 지난주 대한항공 직원들이 국토교통부 조사를 받으러 갈 때 함께 입회했다가 조사관으로부터 퇴거 명령을 받았다. A씨가 직원들을 회유하고 협박해 진실을 말하지 못하도록 직원들 옆에서 감시자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직원들의 국토부 진술내용 및 A씨가 퇴거 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녹취록을 국토부에서 제출 받아 분석하고 있다.

항공기에서 쫓겨난 사무장 박창진씨도 지난주 국토부 조사에서 회사의 압박에 못 이겨 조 전 부사장에게 유리한 진술을 했다. 박씨가 한국에 돌아온 직후 A씨 일행에 이끌려 식사도 못 하고 잠도 못 자면서 장시간 회유를 받았던 영향이 컸다. 박씨는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는 마음을 바꿔 사실대로 진술했다.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게 진실을 털어놓은 이유였다.

A씨는 조 전 부사장의 기내난동 장면을 목격한 여성 승무원이 검찰 조사를 받으러 나갈 때에도 검찰청사까지 동행했다. 대담하게 조사실까지 입회하려고 시도하다 검찰 직원의 제지를 받아 들어가지는 못했다. 검찰은 A씨가 직원들을 ‘밀착 마크’하며 조 전 부사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조사를 받았던 여성 승무원 2명은 검찰에서 객관적 사실에 배치되는 진술을 하며 소극적으로 조사에 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해당 승무원을 다시 불러 사실관계를 재차 조사했으며, 회사에서 허위진술을 하도록 강요 받았는지도 캐물었다.

대한항공 한 직원은 “무조건적으로 오너 일가를 추종하는 일부 임직원들의 그릇된 행태는 대단히 반사회적이고 반인권적”이라며 “직원들이 조 전 부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동원되면서 대한항공 전체가 범죄집단처럼 매도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재계 관계자도 “어찌 보면 한 대 얻어맞고 끝날 일을 대한항공이 거짓과 변명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스스로 사건을 ‘게이트’로 키웠다”며 “전세계인에게 대한항공을 알리려는 노이즈마케팅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이번 사태에 대한 대한항공 측의 대응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조 전 부사장이 A씨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했을 경우 사법처리가 가능할 지도 관심거리다. 자신의 범행과 관련한 증거를 당사자가 직접 인멸했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게 원칙이지만, 조 전 부사장이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인정되면 교사범으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컴퓨터 파일을 없애거나 문서를 파기하는 행위처럼 물리적 증거인멸이 아니라, 참고인에게 거짓진술을 강요한 정도의 수준이라면 별도로 범죄혐의를 적용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혐의 적용 여부를 떠나 조 전 부사장이 증거인멸 우려가 높은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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