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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의 바보 자식

입력
2014.12.1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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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사진 오른쪽) 대한항공 전(前) 부사장이 12일 서울 강서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를 받기 전 사과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이날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의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오너 가족 부녀가 같은 날 90분 간격으로 잇달아 고개를 숙인 거다. 이 사건은 대기업들이 트레이닝 강화 등으로 오너가 자제 단속에 나서게 하는 계기가 됐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사진 오른쪽) 대한항공 전(前) 부사장이 12일 서울 강서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를 받기 전 사과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이날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의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오너 가족 부녀가 같은 날 90분 간격으로 잇달아 고개를 숙인 거다. 이 사건은 대기업들이 트레이닝 강화 등으로 오너가 자제 단속에 나서게 하는 계기가 됐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기업 경영권은 재산과 다르다. 세습을 고집해선 안 된다. 핏줄이 배신할 확률은 대가 쌓일수록 점증한다. 능력이 우연한 반면 특권 의식과 배타적 사교는 품성을 체계적으로 해친다.

“월마트 창업주인 아버지 샘 월턴은 자녀들에게 가장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남이 나를 대접하기를 원하는 대로 남에게 대접하라.’부자라는 특권의식을 가지지 말라는 것이다. (…) 스웨덴 최대의 재벌 가문인 발렌베리의 좌우명은 ‘존재하지만 드러나지 않는다’이다. 발렌베리 가문은 자녀들에게 특권보다는 의무에 대해 가르친다. (…) 미래의 경영자로 선택된 소수에게는 오랜 기간 철저한 교육을 시킨다. 부모 도움 없이 대학을 졸업해야 하며 스스로 능력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 한진그룹 3세인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땅콩 리턴’파문을 계기로 재벌가에서 자식 단속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한다. 2세들은 창업자들로부터 호된 교육을 받았으나 3세들은 ‘인성교육’보다는 ‘글로벌 마인드’를 중시하는 교육을 받았다. 해외 유명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뒤 이른 나이에 중역을 맡는 게 관행적인 코스다. 일반 직원들과의 소통보다는 재벌 자녀끼리의 폐쇄적인,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 세계 최고의 부자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자녀에게 많은 재산을 남기지 않겠다고 공언한다. 자녀에게 주어야 할 것은 재산이 아니라 자신만의 삶을 영유하는 독립심이라는 생각에서다. 우리 재벌도 기업을 개인의 구멍가게로 착각해 인성도 안되고 능력도 없는 자식에게 물려주는 모습은 사라져야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나 공동체 의식이 없는 재벌가 3,4세는 기업과 사회의 위험요소다.”

-재벌가의 자식 교육(한국일보 ‘지평선’ㆍ이충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지난 며칠간 떠들썩했던 대한항공 조현아 전(前) 부사장의 ‘땅콩 회항’ 소동은 분노하는 여론에 밀려 그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고, 12일 국토부 조사를 받으러 출석하면서 전기를 맞게 됐다. (…) 이번 소동은 조현아씨의 상식을 벗어난 무례함도 문제였지만, 경영인으로서 무능함을 드러냈다는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한항공 일등석을 여러 차례 이용해본 한 CEO는 ‘땅콩 회항’을 처음 들었을 때 “아니, 정말로 땅콩을 봉지째 줬다고 그 소동을 벌인 게 사실이냐. 난 봉지째 받아본 것 같은데…” 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코노미석은 ‘봉지째’, 일등석은 ‘접시에’ 주는 차이가 일등석 서비스의 본질은 아니라는 뜻이다. 얼마나 편안하고 쾌적한 서비스를 물 흐르듯이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다. (…) 기내 서비스를 총괄한다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서비스의 본질, 그리고 항공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땅콩녀’ ‘땅콩 부사장’이라고 불리게 된 건, 본질에서 벗어난 하찮은 일은 크게 문제 삼으면서 정작 본질은 무시하는 ‘땅콩’만 한 경영 능력을 보여줬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대한항공 전체가, 땅콩 매뉴얼은 무지 까다로우면서 사소한 일에도 비행기 출발은 지연시키고 오너 비위 맞추기 급급한 ‘땅콩 항공사’가 되고 말았다. 회사 이미지 높이려고 연간 500억~600억원씩 들여 광고하는데, 이번 소동으로 수년간 돈 들이고 공들인 이미지를 한 방에 날리는 무능함을 드러낸 것이다. (…) ‘오너 경영’의 장점도 분명 많지만, 이번 소동에서는 능력보다 혈연을 중시한 폐단이 더 두드러졌다. 조양호 회장은 고개 숙여 딸의 무례함을 사과했는데 그게 다는 아니다. 맏딸에게 연간 매출액이 11조원 넘는 대한항공 부사장직에,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줄줄이 안긴 인사는 실패로 판명 났다. (…) 아들딸이라고 해도 능력과 품성이 미흡하면 경영에서 제외시키고 조직 문화와 인사 관리를 지금보다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능력 위주의 인사 관행이 뿌리내려야 ‘땅콩 항공사’ 오명을 씻는다. 이번 ‘땅콩 회항’은, 제 자식이라고 과대평가하는 많은 기업 오너들에게도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어야 할 것이다.”

-‘땅콩 항공사’ 汚名을 벗으려면(12월 13일자 조선일보 ‘강경희의 터치! 코리아’ㆍ사회정책부장)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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