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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보고 있는데 술수 거듭… 대한항공 총체적 난국"

입력
2014.12.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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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직후부터 사무장·승무원 탓만, 해명과 다른 증언 잇따라 비난 확산

"오너 부녀 사과도 진정성 안 느껴져" 권위주의적 기업 문화 도마 위에

13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의 대한항공 카운터의 모습. 연합뉴스
13일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의 대한항공 카운터의 모습. 연합뉴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어처구니 없는 기행보다는 대한항공의 후진적인 사후조치와 위기관리 능력 부재가 더 걱정이다.”

조 전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건 이후 벌어진 대한항공의 태도와 대응방식을 지켜본 재계와 법조계 인사들은 14일 한결 같이 “총체적 난국”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국내 굴지 대기업이자 국적 항공사가 보여준 행태가 너무도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 미국 뉴욕 JFK공항에서 인천으로 가는 KE086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향하던 중 승무원이 매뉴얼대로 서비스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함을 지르고, 탑승구로 되돌아가 책임자인 사무장을 항공기에서 내리게 했다. 전례가 없는 사건인데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일이었지만 대한항공 내에서 누구도 오너에게 곧은 소리를 하는 임원이 없었고, 뻔히 증거가 드러나고 있는데도 회유와 거짓 해명을 일삼으며 비난을 자초했다.

대한항공이 8일 조 전 부사장을 감싸기 위해 내놓은 해명은 시작에 불과했다. 피해 당사자와 이를 목격한 증인들이 여럿 있는데도 모든 책임을 사무장과 승무원의 탓으로 돌렸다. 사무장이 변명과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진실을 은폐하려 했고, 사무장의 자질문제까지 거론하며 오너 일가를 보호하는 데만 주력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쫓겨난 사무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 모욕감과 치욕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이다”며 정면 반박했다.

대한항공이 피해자와 증인들을 회유하는 과정도 정도를 한참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 직원들이 사무장 집까지 찾아와 대놓고 거짓진술을 강요하고, 조 전 부사장과 같이 탑승한 1등석 승객에게도 “사과를 제대로 받았다고 말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내놓은 해명과 정반대의 증언들이 곧바로 나오면서 비난 여론은 더욱 커졌다. 조양호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사과했는데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던 것도 그 동안 ‘말도 안 되는 해명’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대한항공 오너 가문의 권위주의적 행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오너들은 지시를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인물을 경영진으로 중용하고,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은 배제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재벌3세가 격리된 환경에서 살아온데다 수직적인 사풍까지 겹쳐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 같다”며 “이번 기회에 회사문화와 체질을 확 바꾸지 않으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1999년에도 심각한 위기에 처한 적이 있다. 1997년 225명이 사망한 괌 추락사고 2년 만에 다시 상하이공항 추락사고가 벌어지며, 당시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오너경영의 문제점을 지적 받은 것. 당시에는 이틀 만에 창업주 조중훈 회장이 퇴진하고 조양호 당시 사장은 사장직에서 물러나 대외업무만 맡는 회장직을 맡는 것으로 사건을 수습했다. 하지만 이번엔 조양호 회장의 자녀가 사건의 핵심이어서 국민들이 수긍할만한 수습책을 내놓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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