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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사무장 "조현아에게 욕설·폭행당했다"

입력
2014.12.1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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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서 모서리로 손등 수차례 찔러"

조현아는 국토부 출석 고개 떨궈

"사무장 직접 만나 사과하겠다"

조양호 회장도 긴급 기자회견

"어리석은 여식 너그럽게 용서를…

모든 자리서 물러나도록 하겠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램프리턴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후 서울 공항동 김포공항 인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램프리턴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12일 오후 서울 공항동 김포공항 인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k.co.kr

대한항공 오너가족 아버지(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와 딸(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12일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데 대해 90분 간격으로 머리를 숙이며 국민에게 잇따라 사과했다. 하지만 사태가 알려진 지 4일 만에 이뤄진 사과가 “뒤늦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은데다 조 전 부사장이 “(조 사장으로부터) 욕설을 듣고 폭행을 당했다”는 사건 당사자인 승무원 사무장의 주장에 대해 “처음 듣는 일”이라며 부인하고 나서면서 사과의 순수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오후 10시30분께 서울 강서구 공항동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서울 사무소에서 7시간 넘게 사실 조사를 받고 나온 뒤 기내에서 폭행을 당하고 대한항공 직원들로부터 거짓 진술을 강요당했다는 박모 사무장의 주장에 대해 “처음 듣는 일”이라며 부인했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5일 조 전 사장이 뉴욕을 출발할 예정이던 대한항공 1등석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아 박모 사무장을 질책하며 고성과 욕설 등을 했는지, 항공기를 되돌린 경위, 사무장이 비행기에서 내리게 된 경위 등을 조사했다.

앞서 조 부사장은 이날 오후 3시 국토부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면서 “당시 서비스를 맡았던 승무원과 쫓겨난 사무장을 직접 만나 사과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기내에서 고성을 지르거나 욕설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조 전 부사장은 기장과 합의하고 사무장을 비행기에서 내보냈느냐는 물음에도 “조사 과정에서 답변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조 전 부사장은 앞으로 거취에 대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며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화장기 없는 맨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취재진 질문에 답했는데 목소리가 너무 작아 몇 m 떨어진 곳에서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조 전 사장은 대답 도중 눈물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가 사건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날 취재진 100여 명이 몰렸고 특히 일본 기자들도 모습을 비쳤다

하지만 박모 사무장은 이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조 전 부사장이 자신에게 심한 욕설과 함께 서비스 지침서 케이스의 모서리로 손등을 여러 차례 찔렀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 서부지검은 전날 해당 항공기 기장 서모씨를 소환한 데 이어 이날 박 사무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비공개 소환해 당시 기내 상황에 대해 진술을 받았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서비스를 제공했던 승무원과 대한항공 관계자, 부기장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고, 압수물 분석과 조사를 마치는 대로 조 전 부사장에게 출석을 통보할 방침이다. 조 전 부사장에게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검찰은 참여연대가 조 전 부사장을 항공법 위반ㆍ항공보안법 위반ㆍ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한지 하루만인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 출장사무소를 압수수색 했다. 검찰은 조종석녹음기록(CVR)과 KE086편의 블랙박스를 수거해 분석 중이다. 검찰은 운항기록을 별도로 영구 보존하는 대한항공 운항품질부에서 압수한 자료와 관제소에 보관된 교신 내용, 기장의 진술 내용 등을 살펴보고 있다. 압수물에는 대한항공이 사건 직후 기장과 승무원의 진술 내용 등을 토대로 작성한 ‘진상보고서’도 포함돼 있다.

이에 앞선 오후 1시30분 조 전 부사장의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국토부 사무소에서 불과 200여m 떨어진 대한항공 본사 1층 로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며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아비로서 국민 여러분의 너그러운 용서를 바란다”고 말했다. 침통한 표정의 조 회장은 사태 원인을 묻자 “제가 교육을 잘못시킨 것 같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빨리 적절하게 대응했더라면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에도 “제 잘못”이라고 답했다. 이날 조 회장은 모두 다섯 차례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조 회장은 이어 “국토부와 검찰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조현아를 그룹 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 가능성을 묻자 “아직 생각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고객 서비스 매뉴얼을 보완할지에 대해서는 “무엇인가 잘못 됐으면 개선하는 것이 대한항공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너 일가의 폭언 등 부적절한 언행이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에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조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을 계속 맡을 것인지 묻자 “공적인 자리인 만큼 혼자 결정할 수 없어서 올림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해 조직위원장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땅콩리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를 받기전 사과를 하고 있다.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 뉴욕발 대한항공 일등석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제공 서비스 문제로 사무장을 질책하며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해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땅콩리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조사를 받기전 사과를 하고 있다.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 뉴욕발 대한항공 일등석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제공 서비스 문제로 사무장을 질책하며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해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k.co.kr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 논란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한 가운데 당시 기내에 탑승했던 대한항공 사무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KBS뉴스 캡처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땅콩 회항' 논란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한 가운데 당시 기내에 탑승했던 대한항공 사무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KBS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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