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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땅콩 리턴', 무엇이 우릴 분노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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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리턴’ 사건은 말그대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국민들은 조 부사장의 사과와 사퇴에도 그 진정성을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사람들은 그의 경솔한 행동과 대처를 비난하며 ‘지위를 넘어선 월권으로 적절치 못한 조치였다' (리얼미터, 84.7%)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외신까지 나서서 이 사건을 주요 뉴스로 전하며 만화, 애니메이션으로까지 만들어 자세히 설명하며 조롱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우리를 그토록 분노케했는지 사건의 발생부터 결정적 사건, 이슈 전개까지 한번에 알 수 있게 '기승전결'로 정리했다.
기: 사건의 시작
1. 지난8일 국내 언론을 통해 지난 5일 뉴욕을 출발하는 한 항공기에서 발생한 사건이 전해졌다. 대한항공 KE086 항공편에 탑승한 조 부사장이 승무원 서비스에 큰 소리로 불만을 제기했으며 급기야 항공기를 후진시키고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는 것이다. (▶ 관련기사)
승: 무엇이 대한민국을 분노케 했나
1. 이 사건이 전해지고 점차 비판이 여론이 커지자 대한항공은 이날 늦게 사과문을 발표했다. (▶ 관련기사) 그러나 이 사과문이 결과적으로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밤늦은 시간에 등떠밀리듯 사과문을 흘렸을 뿐만 아니라 사과의 내용도 대부분 승무원이 잘못한 것일뿐 부사장은 잘못이 없다는 해명으로 일관해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2. 네티즌들은 과거 그의 행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라면상무 사건 당시 조 부사장이 사내게시판에 비판글 올렸던 사실 알려지며 그의 이중적 태도에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당시 조 부사장은 “승무원 폭행사건 현장에 있었던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안타깝다"고 했었다. (▶ 관련기사)
3. 그러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노련한 기업인답게 곧바로 자세를 낮춰 사과하며 조 부사장의 행동을 강하게 처벌할 것임을 밝혔다. (▶ 기사보기) 그러곤 이내 조 부사장이 모든 보직에서 사퇴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러나 국민은 다시 한번 속았다는 기분만 맛보았다. 조 부사장의 사퇴는 보직사퇴일 뿐 부사장 직함과 등기이사 자리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비난 여론은 더 뜨겁게 끓어 올랐다. (▶ 기사보기)
4. 게다가 대한항공의 해명과 사과도 겉과 속이 달랐다는 점도 드러났다. 여론을 다독이기 위한 대한항공 임원들의 낮은 자세와는 다르게 정작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직원들 입단속과 정보 유출자 색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대한항공은 승무원들의 휴대전화 메신저와 카카오톡 검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못지 않은 기업의 양면성에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 관련기사)
전: 전전긍긍 대한항공
1. 국내 뿐만 아니라 외신들도 이 황당한 소식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이 내용을 홈페이지 전면 하단에 기사로 전했다. (▶ 관련기사) 미국의 CNN과 영국의 BBC도 이 사건을 주요 뉴스로 전했을 뿐만 아니라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신문 지면의 기업 소식을 다루는 섹션에 ‘돌겠네'(going nuts)라는 제목으로 크게 기사를 실었다. 이 지면엔 조 부사장의 사진도 3단으로 큼지막하게 첨부했다. (▶ 관련기사)
2. 일본의 한 방송은 9일(현지시간) 아침뉴스 프로그램에서 이 사건을 만화로 그려서 설명했고, 미국의 한 인터넷 매체는 사건의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까지 만들어 소개하며 해당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3. 결국 이번 사건의 여파로 대한항공은 수년간 공들이며 해결을 바로 눈앞에 뒀던 사업이던 경복궁 옆 7성급 호텔 건립의 기회를 날릴 위기에 처했다. 청와대와 여당이 이 계획안을 승인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 기사보기)
4. 경쟁사 중에 한 곳인 에어아시아의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은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땅콩 리턴 사건을 의식해 기내서비스로 허니버터칩을 봉지 채로 소주와 함께 제공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접시는 따로 제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5. 시민단체는 법적인 처벌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참여연대는 10일 오후 조 부사장을 업무방해와 항공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 기사보기)
결: 사건의 봉합… 진짜 이대로 끝?
1. 조 부사장은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대한항공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계열사 3곳의 대표 자리는 유지하고 있어 무늬만 사퇴라는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 기사보기)
2. 참여연대의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즉각 조 부사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고 나섰다. (▶ 관련기사)
어쨌든 논란은 이렇게 봉합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민이 원한 것은 그가 모든 계열사에서 물러나고 처벌 받는 모습이 아니었을 것이다. 국민들은 조 부사장이 회사 경영진으로서 함께 회사를 위해 고생하며 일하는 직원들을 향해 진심어린 사과와 위로를 보내주길 바랐을 것이다.
결국 라면상무, 신문지 회장님, 땅콩 부사장 같은 이슈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국민의 따가운 비난에 놓이는 이유도 '갑'의 위치에 선 이들의 오만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부디 이 사건이 기-승-전-'진심어린 사과'로 끝나길 기대해본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 본문 내 '기사보기' 링크는 한국일보닷컴(www.hankookilbo.com )에서 보다 잘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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