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잊을 만 하면 터지는 재벌가의 '황당 사건'

입력
2014.12.08 16:03
구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맏딸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서비스 소홀'을 이유로 활주로 위의 비행기를 후진해 승무원을 내리게 한 사실이 8일 알려졌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SNS와 각종 뉴스사이트에서는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 조 부사장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잊을 만 하면 나오는 '재벌가의 추태', 이번 사건과 함께 씁쓸한 과거를 되돌아 보았다.

● '땅콩 부사장' 황당 지시에 SNS 와글와글

지난 5일(현지시간) 0시50분 미국 뉴욕 JF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의 KE086편 항공기는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향하던 중 갑자기 탑승 게이트로 방향을 돌렸다.

이례적인 '램프리턴(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향하다가 방향을 돌리는 행위)'의 이유는 황당하다. 퍼스트 글래스에 탑승했던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스튜어디스의 기내 서비스에 불만을 표한 게 발단이다. 조 부사장은 견과류를 봉지 째 건네 받은 후 "과자를 왜 봉지째 주느냐, 규정이 뭐냐"며 스튜어디스를 질책했다. 이후 조 부사장은 해당 항공기 사무장에게 규정에 관한 질문을 하며 언쟁을 벌였고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소리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항공기는 기수를 돌렸고, 사무장을 공항에 내리게 한 후 출발했다. (▶기사보기)

인터넷에서는 지난해 '라면 상무 사태' 때 조 부사장이 쓴 글이 화제가 되면서 조 부사장의 '언행불일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당시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 사내게시판에서 라면상무의 특권의식을 비판하면서 "승무원이 겪었을 당혹감과 수치심이 얼마나 컸을지 안타깝다"고 말한 바 있다.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

● 유명 의류업체 회장님의 '신문지 폭행'

‘갑’의 지위를 이용한 횡포는 빈번하다. 지난해 9월엔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의 '공항 난동' 사건이 논란이 됐다. 강 회장은 김포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편을 이용할 예정이었지만, 탑승시간을 1분 남기고 도착해 비행기를 놓치게 되자 아시아나 용역 직원인 30대 남성의 어깨 부위를 신문지로 때린 것으로 밝혀졌다.

논란이 커지자 강 회장은 사과에 나섰다. 강 회장은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대해 부인하지 않고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현장에서 당사자에게 사과를 했고 약 1시간 후 재차 당사자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고 해명했다.

강 회장은 사건이 있기 하루 전에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사회복지법인과 장학재단법인을 설립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하게 벌인 인사였다. 하지만 '사회공헌'이라는 가면을 쓴 채 '갑의 횡포'를 휘두르는 '회장님'의 두 얼굴에 여론은 싸늘했다. (▶기사보기)

● 매 값 주고 폭행… 막장드라마 뺨치네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한 일도 벌어졌다. 2010년 11월28일 MBC '시사매거진 2580'은 "최태원 SK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철원 M&M 전 대표가 탱크롤리 운전자 유모씨를 알루미늄 야구방망이와 주먹으로 구타하고, 매값으로 2,000만원을 줬다"고 폭로했다.

유씨는 2009년 10월 회사 인수합병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해주지 않는다며 SK본사 앞에서 1인시위를 한 터였다. 유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최 사장이 엎드리라고 했다. 엎드려서 한 대에 100만원씩이다, 그러면서 야구방망이로 힘차게 내리쳤다"고 진술했다.

'매값 폭행'의 당사자인 최 전 대표는 어떤 벌을 받았을까. 당시 검찰은 최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구속기소했고, 1심에선 1년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2심에선 최씨가 피해자인 유씨와 합의한 점이 참작돼 징역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으로 감형됐다. (▶기사보기)

● 뜻 안맞아 '청부 폭행' 지시한 회장님

말 보다 주먹이 앞섰던 회장님은 또 있다. 2011년, 이윤재 피죤 회장은 이은욱 전 피죤 사장에 대한 청부 폭행을 사주한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이 회장은 광주 폭력조직 무등산파 조직원 등에게 3억원을 주고 이 전 사장을 폭행하도록 사주했다가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이 회장이 청부폭력을 행사한 이유는 뭘까. 그는 전문경영인인 이 전 사장과 임원 인사, 정리해고 문제 등에서 뜻이 맞지 않아 갈등을 겪고 있었다. 이 전 사장이 퇴사 이후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해당 사실을 밝히려 하자, 이 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보기)

이 회장은 가석방 뒤 경영에 복귀하면서 직원들을 강제 전보시키거나 해임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기사보기)

김지현기자 hyun1620@hk.co.kr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