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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위 없으면… 교수 채용도 차별 극심 '학력 천장' 여전히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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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제 전문대 졸업 후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김지민(가명)씨는 지난해 모교에서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들었다. 전공심화과정을 마치면 4년제와 같은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습생 시절 “시키는 대로 주사 놓고, 환자 소변량을 확인하는 것은 3년제 출신 간호사가 해야 할 업무”라는 말에 김씨는 큰 상처를 받았고, 장기적으로는 승진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다시 책을 펼쳐 든 것이다. 김씨는 “무엇보다 전문대 출신이라는 ‘주홍글씨’를 던져내고 싶었다”고 했다.
실질적인 능력과 상관없이 출신대학에 따라 차별 대우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크나큰 손실이다. 하지만 진급 누락, 임용 탈락 등 사회 곳곳에서 마주치는 학력차별은 구체적인 물증보다는 정황만 있는 경우가 많아 문제제기 하기 쉽지 않다. “좋은 학교 나온 사람이 아무래도 능력이 더 낫지 않느냐”는 뿌리깊은 인식도 작용한다. 때문에 학력차별의 피해자들은 문제제기를 통해 보이지 않는 유리장벽을 뚫으려 하기 보다는 좀더 높이 평가받는 대학으로의 편입, 대학원 진학 등을 통해 기존 학벌 시스템에 편입하려고 노력하거나 아예 도피해 버린다.
지방대 교수(행정학 전공)였던 박모(55)씨가 그런 사례다. 몸담았던 대학이 경영부실로 문을 닫으면서 박씨는 올해 국내 대학 4곳의 교수 채용에 지원했으나 모두 떨어졌다. 서울 소재 유명 사립대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은 그였지만 “국내 박사 학위로 인정받으려면 서울대 학위가 아닌 이상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중동 등 해외 대학으로 재취업을 계획중이다.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에는 ‘사회적 신분ㆍ학력ㆍ출신학교ㆍ성별 등을 이유로 채용에서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이 조항이 지켜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학력차별은 만연해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2013년 1~11월 학력ㆍ학벌 차별을 이유로 접수된 진정은 119건으로, 2012년 같은 기간(45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학벌사회 해소”를 외쳐온 정부부터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사 1급 시험 응시자격을 줄 때 2년제 전문대 졸업자에게만 1년 이상의 실무 경력을 요구해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았다.
대입을 준비하는 중고교생과 취업을 앞둔 대학생 역시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악착같이 더 좋은 대학으로의 학사편입, 대학원 진학에 몰린다. 교수가 꿈인 경기 인천 소재 대학 3학년 박모(27)씨는 최근 “졸업 후 미국 유학을 떠나겠다”고 말했다가 아버지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대학 교수인 아버지는 “출신 학교가 공개되는 교수 사회에서 낮은 학벌은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며 학사편입을 권했다. 박씨는 “실력 못지않게 대학 간판도 중요하다고 해 고민”이라고 했다.
좋은 학벌을 획득한 이들 역시 또 다른 피해자다. 사회적 시선과 기대치가 이들의 개성과 능력 발휘를 오히려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화여대 조기숙 교수는 “모두가 패자가 되는 학벌사회 풍조 속에 한국사회는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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