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나이 많을수록 학벌 더 의식...20대 85%, 50대 94%

입력
2014.12.07 19:06
구독

중학교 때부터 호텔리어를 꿈꿔온 A(19)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소재 한 호텔특성화 직업전문학교에 진학했다. 하지만 A씨의 부모는 입학 직후부터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할 것을 권유해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A씨는 “학교 간판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의 어머니(51)는 “아직 우리 사회는 구인란에 ‘4년제 대졸자’라는 제한이 있는 경우가 많아 내 자식만큼은 더 좋은 학력을 갖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A씨와 A씨의 부모처럼 연령대에 따라 학벌의 영향력을 체감하는 정도가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학벌의 영향력을 중시했다.

‘학벌이 직업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한 50대 응답자는 94.1%에 달했지만 20대는 85.5%만 그렇다고 답해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A씨와 같은 20대 남성은 82.3%, A씨 어머니와 같은 50대 여성은 96.1%가 학벌의 영향을 크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그 격차가 가장 컸다. 40대는 94.1%가 30대는 91.3%가 그렇다고 답했다.

‘학벌이 진급이나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서도 20대의 대답은 ‘그렇다’는 평균 응답(88.8%)에 비해 현저히 낮은 81.4%였다. 30대의 87%, 40대의 91.9%, 50대의 93.3%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A씨는 “직접 고객을 상대하는 호텔리어가 되는 데는 학벌이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실무능력을 키우고 싶어 직업전문학교에 진학했는데 부모님은 ‘사회 현실은 생각과는 다르다’는 말만 하신다”고 답답해 했다. A씨의 어머니는 “젊은 세대들은 우리 때보다 보고 듣는 것이 많으니 학벌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래도 4년제 학교를 나와야 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게 우리 세대의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실무 중심의 공부를 하고 싶어 중학교 졸업 후에는 특성화고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부모의 만류로 일반고에 진학했었다. A씨는 지방 소재 4년제 대학에도 합격했지만 대학보다 더 실무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직업전문학교에 등록했다.

김지애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은 “대학만 나오면 취직을 할 수 있었던 50대들에 비해 지금 20대들은 상대적으로 인생에서 학벌을 크게 느끼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학과 교수는 “과거 경제개발 시대에는 학벌이 우수한 사람이 실제로 우수한 능력을 갖췄고, 학벌의 순기능도 있었지만 세계화 이후에는 학벌보다는 실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젊은이들 사이에 퍼지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