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윤태호 작가 "자신만의 개성 살려 공감할 소재 그려야"

입력
2014.11.27 18:10
구독
미생 윤태호 작가
미생 윤태호 작가

바둑에서 아직 완전히 살지도, 아예 죽지도 않은 돌을 ‘미생마’(未生馬)라고 부른다. 바둑인구가 급감한 탓에 요즘엔 잘 쓰이지 않는 어휘인데,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tvN 드라마 ‘미생’ 때문이다.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이 드라마는 고졸 신분으로 내로라하는 종합상사에 입사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장그래'가 중심이다. 그렇다고 뻔한 '고졸 사원의 성공기'는 아니다. 인턴 사원부터 부장에 대표까지, 결국 살아있는 모든 자는 미생이라고 말하는 이 드라마는 생생한 현실 묘사로 묵직한 공감을 얻으며 어느새 시청률 8%를 넘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한 21개 부ㆍ처ㆍ청과 전국경제인연합, 벤처기업협회등 11개 경제단체가 공동 주최하는 ‘2014 창조경제박람회’가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나흘 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이날 박람회에는 웹툰 미생의 원작자 윤태호 작가와 드라마 기획자 이재문 CJ E&M PD 등이 참석, 창조경제의 아이콘으로 꼽힌 미생을 주제로 1시간 동안 대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잘 만들어진 하나의 콘텐츠가 경제 전반에 어떤 파급력을 갖는지 보여주는 모범사례로서 미생을 조명했다. 웹툰 미생의 단행본은 지난해 첫 발간 이후 1년간 90만부가 팔렸지만,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달 26일 100만부를 돌파한 데 이어 불과 한 달만에 200만부 고지까지 넘어섰다. 웹툰 캐릭터 상품도 덩달아 수혜를 입고 있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드라마 1회가 전파를 탄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미생 캐릭터 상품 판매는 전년 동기대비 69%나 늘었다. 해외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건 물론이다. 이 PD는 “한국과 직장문화가 비슷한 일본을 포함해 동남아, 미국 등에서 판권 구입과 리메이크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아직 드라마가 수출되지 않은 중국에서는 CCTV에서 이례적으로 14분 분량의 미생 소개 프로그램을 방영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윤 작가 역시 미생이 가져온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 그는 “오랜 기간 만화는 ‘10대들의 전유물’이라는 선입견이 강했는데, 스마트폰 대중화로 30, 40대 중장년들도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웹툰을 보고 있다”며 “미생이 드라마로 제작된 이후에는 여성들에게도 친숙해졌고, 그 시청층이 다시 웹툰으로 이어져 웹툰 시장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윤 작가는 그러나 웹툰 창작과정에서부터 2, 3차 콘텐츠로의 재생산을 염두에 두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배 웹툰 작가들에게 “웹툰이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갖추게 되면 2차 저작물은 당연히 뒤따라 온다”며 “자신만의 개성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그려내는 것이 진짜 창조경제”라고 말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