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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는 갔다…연예계, '직딩'과 코드 맞추기

입력
2014.11.2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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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tvN '응답하라 1997'의 성공 이후 한동안 연예계에는 '복고' 바람이 불었다. 영화 '건축학개론',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등이 연달아 히트하면서 복고 열풍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사는 게 각박해질수록 대중은 과거를 회상하며 현재의 고달픔을 잠시 잊고는 했다.

최근에는 장기집권했던 복고 열풍이 지고 '직장인'이 뜨고 있다. 영화, 방송, 음악 등 분야는 다양하다. 사실 직장인 소재 콘텐츠들은 이전부터 있었다. 그런데 왜 새삼, 지금 이 시점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을까.

'직장인' 열풍의 중심에는 tvN 금토드라마 '미생'이 있다. '미생'은 신입사원 장그래(임시완 분)부터 오과장(이성민 분)까지 거의 모든 캐릭터가 직장인의 공감을 사고 있다. 드라마의 단골 캐릭터인 재벌 2세는 등장하지도 않는다. 극중 대사도 담백하게 그려졌다. 막장 요소, 과장 없는 극본과 연출이 작품의 현실성을 높이고 있다.

직장인을 타깃으로 한 신곡도 나왔다. 장기하는 지난달 15일 발표한 '사람의 마음'에서 직장인의 애환을 노래했다. 라디오 DJ를 하며 받은 청취자들의 메시지를 노래로 옮겼다. 조언을 던지기보다는, 같은 위치에서 직장인을 이해하려는 모습이다. '이제 집에 가자 오늘 할 일은 다 했으니까/ 집에 가자 이제 슬슬 피곤하니까' '자자 이제 시간도 늦었으니까/ 그냥 자자 오늘 하루도 길었으니까'라는 가사는 퇴근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직장인의 심리를 그대로 묘사했다.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카트'는 생계의 위협을 받는 노동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다뤄 개봉 전부터 화제였다. 지난 11일 시사회에는 정치권 인사들까지 움직여 영화를 관람했을 정도다. '카트'는 하루 아침에 부당해고를 당한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복직투쟁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우리를 투명인간 취급하지 말아달라"고 울부짖는 '을'들에게서 직장인 관객들은 자신의 이면을 발견한다. 할리우드 SF영화 '인터스텔라'의 흥행 속에서 ‘카트’는 20일 오전 기준 누적 관객 수 53만명을 기록하며 선전 중이다.

직장인 소재 콘텐츠가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김중백 교수는 "그동안 직장인 소재 콘텐츠는 많았지만 요즘처럼 직접적으로 현실을 드러내는 경우는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경쟁 자체도 점점 심해지고 사회적 분위기도 억압적으로 변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기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며 "(예전에 비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이 적기 때문에 삶을 더 팍팍하게 여기게 됐고 그런 박탈감이 대중문화 전반에 영향을 불러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소라기자 wtnsora21@hk.co.kr

박혜리 인턴기자(경희대 사회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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