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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고개를 돌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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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진상규명, 유족 아닌 국가 위해
돈 돌고 정치 외교 잘해야 경제 살아
근본적인 지적은 늘 외면하는 대통령
남북대화가 탈북자들의 삐라로 막혔다. 북한은 29일‘고위급 접촉과 삐라 살포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전통문을 보냈다. 그런데도 박근혜 대통령은 ‘단속할 실정법이 없다’며 삐라살포를 방치한다. 28일 이희호 여사와 박근혜 대통령이 만난 자리에 함께 했던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원장이 대통령의 이 말에 “남북교류협력법에 의거해 단속할 수 있다”고 했지만 대통령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노태우 정부에서 제정되고 14회 개정된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간의 상호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것으로 남북간 물품의 반출 반입은 남북교류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되어 있다. 이때 ‘반출 반입’의 개념에는 증여도 포함되니 북한에 마구 뿌리는 삐라도 당연히 대상이다. 김 원장 말이 맞다. 올바른 지적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반응은 늘 그렇듯이 외면이거나 회피다.
29일 국회로 간 대통령은 시정연설과 여야 지도부 회동을 마치고 나오면서 세월호 유족들 옆을 지나쳤다. 어마어마한 경호인력이 직접 접촉은 막았지만 대통령을 부르는 유족들을 못 본 척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는 올 한해는 물론 민주국가가 된 이후 대한민국이 겪은 가장 큰 비극이다. 국가기관이 구조를 외면했다는 점에서 삼풍백화점 붕괴나 성수대교 추락에 댈 바가 아니다.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대통령이 공언한 게 헛말이 아니라면 유족들과 마주쳤을 때 다가가 위로하거나 사죄하며 반드시 진상을 밝히겠다 다시 약속했어야 자연스럽다. 그러나 힐끗 그쪽을 쳐다본 대통령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앞만 보고 갔다. 상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지은 채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일을 외면하고 회피하면서.
몸으로 하는 외면과 회피 뿐 아니다. 시정연설에서 그는 세월호 참사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무기한 연기라는 현안을 회피하고 오직 경제살리기 만을 강조하고 주문했지만 연설문 자체가 경제가 왜 죽어있는가를 외면한다. 경제라는 게 사람들이 돈을 써야 살아나는데 대기업이나 부자들의 세금은 깎은 채 두고 서민한테만 더 부담을 지운다니 돈을 쓸 사람들이 쓸 돈이 없다. 심지어 한국은 세계은행이 조사한 결과 기업하기 좋은 나라 5위에 선정됐는데도 계속 기업편을 들어 규제를 완화하라는 제안만 한다. 법인세는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고 정부는 주장하지만 소득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에 실질적인 부담을 따지면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런 전문가의 소리 또한 박근혜 정부는 외면한다. 대신 재정적자가 늘더라도 경기부양을 하겠다는데 나중 정권에 부담이 되든 말든 마이너스 통장으로 돈을 마구 쓰겠다는 발상 자체도 위험하지만 내용은 더 나쁘다. 기업의 R&D 투자에 예산투입을 늘리는 대신 복지예산은 줄인다. 넉넉한 집단은 풀어주고 빡빡한 집단은 끊는다. 당연히 경제는 살아나지 않는다.
경제정책만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전작권 환수 연기로 미국 무기를 더 사주게 된 달지, 미군기지를 이전하지 않으면서 부담이 커진 달지, 북한과의 교류 협력이 끊기면서 과거의 경제효과를 중국이 누린 달지 등등 무지한 정치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나쁜 점들도 박근혜 정부는 무시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외면하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린다. 내 자식은 잃었지만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똑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해달라는 유족의 호소는 가족을 잃은 그들이 아니라 국가에 더 필요한 일이다. 그런 요구를 외면하는 것은 사익보다 공익을 우선하는 올바른 삶을 조롱하는 짓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외면하면서 이 정권에서는 국민을 보호하고 잘 살게 하기 위해 정부가 세금을 운용하고 국가기관을 움직인다는 본질 자체가 흔들린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이 정부 역시 국가기간망을 팔아대는 권한을 가진 사익집단으로 변질하고 공직자들은 대통령에게만 충성하면 무슨 잘못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민생을 살피기 위해 대통령 배우자용 제2부속실을 계속 두겠다더니 헬스트레이너를 채용한 청와대의 태연스런 거짓말은 아래로 번진다. 국회에서 유족을 피해가면서 대통령은 긴장한 듯 왼손을 바짝 꼬고 있다. 회피한다고 문제는 덮이지 않는다. 더 끔찍한 파국을 막기 위해 이제라도 본질을 직시하기 바란다. 그 다음에 해결책이 나온다.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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