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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실종자 수습 "18번째 생일 날 내 딸이 돌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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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현양 참사 196일 만에 부모 품에
197일째. 부모는 포기하지 않았다. 찬 바닷속에서 딸이 올라오길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리움에 매일 아침 밥상을 차렸다. 29일 딸의 생일을 맞아 생일상도 차렸다. 생일축하 노래는 끝을 맺지 못했다. 그러나 기다림은 끝을 맺었다. 세월호 참사 후 295번째로 수습된 희생자의 모습을 확인한 아버지는 “딸이 맞다”며 오열했다. 18년 전 부모에게 처음 안긴 그 날 다시 부모 품으로 돌아온 단원고 2학년 황지현(18)양이다.
이날 오후 6시 21분쯤 물 위로 인양돼 오후 8시 30분쯤 팽목항으로 옮겨진 시신을 황인열ㆍ심명섭씨 부부는 차마 직접 맞지 못했다. 실종자 가족의 법률대리인인 배의철 변호사가 부부가 이야기한 인상착의, 24번 번호가 쓰인 남색 티셔츠와 남색 레깅스, 발 크기 250㎜ 등을 확인해 “맞다”고 하자 황씨 부부는 통곡했다. 이들은 배 변호사가 찍은 사진을 받아 본 뒤 오후 8시 50분쯤 팽목항 선착장에서 150m 떨어진 시신안치소에서 딸을 대면했다. 정확한 신원은 DNA 검사를 통해 30일 오전 확인될 예정이다.
지현양은 황씨 부부가 결혼 7년 만에 낳은 외동딸이다. 18년 전 10월 29일 기적처럼 그들에게 온 딸은 다시 기적처럼 생일날 돌아왔다. 28일 오후 세월호 4층 여자화장실에서 102일만에 시신이 추가 발견됐을 때 부모는 직감했다. 생존 학생들이 마지막으로 지현이를 봤다고 한 곳, 수차례 수색해 달라고 지목했던 바로 그 곳이었다. 밤잠을 설친 어머니 심씨는 29일 이른 아침 진도실내체육관 옆 실종자가족 전용식당을 찾아 미역국을 데우며 하루를 시작했다. 안산에서 일부러 내려온 같은 반 친구의 어머니들이 준비해놓은 생일 국이다.
심씨는 팽목항 방파제에 생일상을 차렸다. 따끈한 미역국에 평소 딸이 좋아했던 삶은 계란과 초콜릿, 피자, 콜라, 생크림 케이크 등을 정성스레 준비했다. 심씨는 지현이에게 속삭이듯 ‘엄마가 정성껏 준비했어. 우리 딸 어서 돌아와’라며 미역국을 바다에 붓고 피자와 케이크를 던졌다. 심씨는 “지현이가 살아 있을 때면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친척들이 함께 생일을 축하해줬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날 오후 2시 진도군청에서 또 한번 생일잔치가 열렸다. 지현양 부모는 케이크에 18개의 초를 꽂았고, 초 하나하나에 불을 붙이다 눈물을 흘렸다. 자리를 함께 한 다른 실종자 가족들이 생일축하 노래를 불렀지만 끝까지 잇지 못했다. 아버지 황씨는 “오늘 지현이가 18번째 생일을 맞았는데요”라며 감사 인사를 시작하다 말을 멈췄다. 끝내 그가 이은 말은 딸에게 전하는 인삿말이었다. “하늘나라에 가서 편하게 있어. 나중에 아빠 엄마 만날 수 있게. 좋은 곳에서. 아빠가 따라갈게.”
진도=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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