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사설] 세월호 인양, 정부가 책임 있는 대책 제시해야

입력
2014.10.27 19:15

세월호 인양 여부를 검토해 온 실종자 가족들이 현 상태로 수중수색을 계속해 달라고 의견을 모았다. 지난 주 참사 이후 처음으로 가족들이 “수색의 최종 수단으로 선체 인양을 조심스럽게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인양 합의’ 보도까지 나왔지만 결론은 달랐다. 실종자 가족 법률대리인 배의철 변호사는 어제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실종자 10명을 기다리는 아홉 가족이 전날 무기명 투표를 한 결과 수중수색 지속 의견이 다섯 가족, 인양 의견이 네 가족으로 3분의 2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배 변호사에 따르면 가족들은 어제 오전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을 만나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이 장관도 “수색팀을 독려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과거 25년간 평균수온 등 기상통계를 분석한 결과 11월에도 수중수색이 가능하며, 기상여건 악화로 피항 중인 바지선이 오늘 현장에 복귀해 수색을 재개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반면 수색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민간 잠수작업을 맡은 88수중환경 현장소장은 나흘 전 잠수사들에게 “이달 말일 경으로 구난구호작업의 진행이 어렵다고 최종 결정했다”고 공지했다고 한다. 앞서 88수중 감독관도 이달 말 철수 방침을 밝혔다. 계절이 바뀌며 수색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것은 물론 선체가 대부분 붕괴해 내부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해경과 민간 잠수사들의 목숨을 건 수색에도 불구하고 7월 18일 294번째 희생자 시신을 수습한 이후 석 달 넘게 추가 성과는 없었다.

어이없게 잃은 피붙이의 주검이라도 온전히 품에 안기 위해 200일 가까이 한뎃잠을 자며 버텨 온 가족들로서는 ‘수색 중단’과 ‘선체 인양’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가족들의 이번 결정을 무모하고 이기적이라고 몰아 붙이는 일각의 비난도 온당치 못하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수중 수색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가족들도 인양을 무작정 거부한 것은 아니다. “인양 논의를 지속하면서 정부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충분히 대화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했다. 이에 더해 주목할 것은 “가족들이 정보 부족으로 논의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대목이다. 가족들이 어렵게 결정한 ‘열린 논의’가 결실을 맺으려면 먼저 정부가 현재의 수색 상황에 대해 명확한 정보와 판단을 공개하고 최선의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사회적 논의기구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일각에선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드는 인양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여전히 논란인 침몰사고의 직접적인 원인 규명과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실종자 수색을 위해 선체를 인양해야 한다고 보지만, 이 역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 동안 세월호 유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 탓에 깊은 상처를 입었고, 정당한 요구를 하면서도 불온세력으로 매도 당하기도 했다. 더 이상 가족들에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