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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미생 주인공" 무역맨들 어깨 으쓱

입력
2014.10.2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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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원작 드라마 시청률 고공행진에

벤처 붐 이후 전자ㆍIT업계에 가려진

수출 한국의 역군들 활약상 보여줘

말단사원부터 사장까지 본방 사수

기관들도 전폭 지지...시즌2 계획도

대우인터내셔널 입사 2년 차인 화학2팀 최상순(27) 사원은 요즘 부쩍 지인들로부터 전화를 많이 받는다. 주로 “무역상사가 전 세계를 무대로 그렇게 멋진 일을 하는 곳인지 몰랐다, 상사 사람들이 그렇게 힘들고 치열하게 일하는지 몰랐다”는 격려다. 최씨는 26일 “나뿐 아니라 많은 회사 사람들 특히 젊은 직원들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격려와 응원을 받는다고 한다”며 “갑작스런 관심이 어색하면서도 다들 기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웹툰을 원작으로 2주전 tvN 드라마 ‘미생’이 방영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종합상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치열한 삶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낸 이 드라마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 호응을 얻으면서 25일 방송된 4회 시청률이 3.6%(닐슨코리아 집계)를 찍었다.

이 드라마의 성공 뒤에는 대우인터내셔널과 코트라, 한국무역협회, 한국무역보험공사(K-sure) 등 무역 관련 기관들의 전폭적 지지도 큰 역할을 했다. 이 드라마를 만든 이재문 CJE&M PD는 “어려운 무역 관련 용어도 많고, 일반인에게는 낯선 분야라 드라마로 만들기 쉽지 않은 소재였다”며 “관련 기업과 기관들이 제작 자문, 장소 제공은 물론 작가들에게 두 달 가까이 직원들과 같이 생활하며 거래처 탐방, 회식은 물론 임원 회의까지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줬다”고 말했다. 연기자들 역시 촬영을 앞두고 대우인터내셔널에서 일주일 가까이 생활하며 적응 시간을 가졌다.

허성형 대우인터내셔널 이사는 “단순히 회사 홍보 차원을 넘어 상사와 무역맨의 자긍심을 높여줄 수 있고 대중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판단해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980,90년대 한국 산업은 수출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고 그 성장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종합상사와 상사맨이었다. 당시 많은 젊은이들이 상사에 들어가 ‘수출 한국의 역군’이 되고 싶어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벤처 붐과 함께 전자업계와 정보통신(IT) 업계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상사와 상사맨은 관심에서 한 발짝 멀어져야 했다.

그런 상사맨ㆍ무역맨을 주인공을 한 드라마이다 보니, 좀처럼 드라마ㆍ영화 제작 지원을 하지 않던 무역 관련 회사ㆍ기관들이 촬영 협조에 팔을 걷어붙인 것. 1회 첫 장면에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가 요르단 암만 시내에서 추격전을 벌이는 장면은 원작 웹툰에도 없던 장면인데 코트라가 아이디어 제공부터 장소 섭외, 현지 촬영 지원까지 했다. K-sure와 무협 역시 드라마 소재로 쓰일 만한 각종 사건, 사고 사례를 제공했다.

허 이사는 “사장님도 임원들에게 드라마를 챙겨보자며 독려하신다”며 “시니어 직원들은 현장에서 활약하던 시간을 회상하며 다시 힘을 내는 기회로 삼고 후배들과 공감대를 만드는 계기도 된다”고 말했다. 최상순 사원은 “나도 인턴을 거쳤고 로맨틱 코미디물과 달리 회사 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내용이라 아내도 남편의 삶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해 뿌듯하다”며 “거래처 사람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문 PD는 “주변에서 이왕이면 패션ㆍ식품회사 등 시청자에게 익숙한 분야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무역업 관계자들의 치열함을 보여주자는 게 제작진의 뜻”이었다며 “촬영 협조를 요청하면서 대우인터내셔널 측에 다음 신입사원 채용 때는 지원 경쟁률이 두 배로 올라가도록 돕겠다고 했는데 지금 분위기라면 약속을 지킬 것 같다”고 말했다. CJE&M 측은 ‘미생 2’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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