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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때려 뇌사시킨 집주인, 여러분이 판사라면?

입력
2014.10.2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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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 안 하는 절도범 발로 걷어차고 알루미늄 건조대로 수차례 내리쳐

네티즌들 항소심 앞두고 공방 "무차별 폭력 가했다면 처벌 당연"

20대 남성이 새벽에 침입한 절도범을 때려 제압하는 과정에서 뇌사상태에 빠지게 한 사건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자신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방어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 강원 원주경찰서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3월 8일 오전 3시 15분쯤 발생했다. 입대를 앞두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다 귀가한 최모(20)씨는 강원 원주시 남원로 자신의 집 2층 거실에 침입해 서랍장을 뒤지던 김모(55)씨를 발견, 주먹으로 얼굴을 수 차례 때려 넘어뜨리는 등 격투 끝에 붙잡아 경찰에 신고했다.

최씨는 넘어진 상태에서 달아나려는 김씨를 발로 걷어차고, 알루미늄 빨래 건조대와 허리띠를 풀어 등 부분을 수 차례 내리쳤다. 이로 인해 머리를 심하게 다친 김씨는 외상성 경막하 출혈을 일으켜 8개월째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지난 5월 흉기를 갖고 있지 않고 저항할 의지가 없었던 김씨에게 알루미늄 재질의 ‘위험한 물건’으로 상해를 입힌 점을 고려해 최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ㆍ흉기 등 상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 법원은 8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최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둑을 제압하기 위한 행위라 할지라도 아무런 저항 없이 도망가려던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심하게 때려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것은 방어의 한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이는 정당방위는 물론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과잉방위에도 해당하지 않는 지나친 행위”라고 판시했다.

최씨는 즉각 항소했고, 현재 이 사건은 춘천지법 항소심 재판부로 넘겨져 다음 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최씨의 변호인은 “알루미늄 재질의 빨래 건조대를 ‘위험한 물건’이라고 볼 수 없고, 야간에 도둑을 보고 놀란 상태에서 이뤄진 행위인 만큼 적어도 ‘과잉방위’에 해당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재판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선 정당방위 여부를 놓고 네티즌간 공방이 격하게 벌어졌다. 직장인 이모(46)씨는 “아무리 도둑일지라도 저항하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을 걷어 차는 등 무차별 폭력을 가했다면 마땅히 처벌 받아야 한다”고 1심 판결을 지지했다. 반면 대학생 장모(25)씨는 SNS를 통해 “심야시간에 침입한 도둑으로부터 자신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방어로 봐야 한다”며 “내 집에 들어온 도둑을 가만 보고만 있으란 말이냐”고 맞섰다.

형법(제21조)을 살펴보면 타인으로부터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거나 자기 또는 타인의 법적 이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등에 대해 ‘정당방위’가 성립된다. 상대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 사회통념을 넘어서면 ‘과잉방위’에 해당한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정당방위는 불법행위에 맞서 폭력 등 다른 불법행위로 맞대응 하는 것으로 본다”며 “수사기관에서는 방위 수위가 사회통념을 벗어나 큰 상해를 입히게 되면 입건한다”고 설명했다.

원주=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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