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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전작권 공약 '사실상 파기' 논란

입력
2014.10.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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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땐 "2015년 전환 준비"

입장 바꾼 과정·이유도 설명 안 해

한미 양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다시 연장하기로 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사실상 파기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2년 11월 기자회견에서 “한미동맹을 포함한 포괄적 방위 역량을 강화하고 2015년 전작권 전환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같은 해 12월 낸 대선 공약집에 이 같은 내용이 실렸고, 다음 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외교안보 분야 주요 국정과제에도 ‘전략동맹 2015에 근거한 전작권 전환 정상 추진’이 포함됐다. 북한 핵실험을 비롯한 안보 위협을 이유로 보수 진영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를 주장한 것과 반대 방향이었다.

다만 박 대통령은 2012년 10월 한국일보의 대선 후보 지상토론에서는 이명박정부가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에서 2015년으로 연기한 것에 대해 “전작권 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과정과 전환 이후에 안보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2014년에 양측 군사 당국이 군사적 여건의 완전성 여부를 정밀하게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야 할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밝혀 여지를 남겼었다.

현정부 출범 이후 전작권 환수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은 미묘하게 달라졌다. 박 대통령은 2013년 5월 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2015년이라는 시기를 언급하지 않은 채 “전작권 전환은 한미 연합 방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이행하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당시 “정부가 전작권 전환 계획 수정을 고려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불거졌다. 이어 정부는 같은 해 5월 말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국정과제 추진계획’에서 전작권 전환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상 추진’에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의 공약 뒤집기 논란에 대해 “전작권 전환은 안보가 걸려 있는 사안이므로 정부로선 신중하게 추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가 입장을 바꾼 과정과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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