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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전작권 전환 사실상 무기한 연기

입력
2014.10.24 04:40

독자 방어능력 등 3대 조건 충족 때까지 美가 행사 합의

KAMD·대북 킬체인 개발 2020년대 중반께 전환 예상

한국과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기를 분명히 명시하지 않고 조건부 전환에 합의, 사실상 무기 연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전작권 전환 시기를 결정할 조건이 너무 포괄적인데다 경기 평택으로 모두 이전키로 했던 한미 연합사령부와 미 2사단 병력 일부를 서울 용산과 동두천에 잔류키로 해 해당 지역 주민의 반발 등 파장도 예상된다.

한민구 국방장관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23일 오후 워싱턴에서 제46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를 개최하고 당초 2015년이던 전작권 전환시기를 한반도 안보상황이 개선되고 한국 군의 대북 억지능력이 적정 수준으로 강화될 때까지 연기하기로 했다. 양국 장관은 SCM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시기를 특정하지 않는 대신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한미연합방위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군의 핵심군사능력 구비 ▦국지도발과 전면전시 초기 단계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한국군의 필수 대응능력 구비 등 ‘3대 조건’이 모두 충족될 때까지는 미군이 전작권을 행사토록 했다.

양국은 그러면서 공동성명에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와 대북 킬 체인 개발 목표시기를 2020년대 중반으로 한다’는 문구를 포함시켜, 양국이 암묵적으로는 2025년과 2026년 무렵을 전환 목표시기로 상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 계획대로라면 KAMD와 킬 체인을 2022년까지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3대 조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세부기준에 따라 전작권 전환 가능성을 평가한 뒤 매년 SCM에서 논의키로 했다.

그러나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이라는 조건이 추상적ㆍ포괄적이어서 우리 정부가 전작권 환수 의지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도 상황에 따라서는 한국군의 전력 증강이 이뤄진 뒤에도 안보환경 변화로 전작권이 이양되지 않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는 대가로 미국에 과도한 양보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한미 연합사령부 본부(용산기지 전체 면적의 10%가량)의 서울 잔류와 경기 동두천 210화력여단(미2사단의 전체 면적의 30%)의 잔류는 용산기지 등 미군 기지 반환을 전제로 우리 정부가 107억 달러를 투입해 평택에 첨단 시설의 미군 기지를 건설하는 사업의 정당성을 흔들 가능성이 높다. 또 전작권 전환 이후 진행될 방위비 분담 협상에서 우리 측 부담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논란이 됐던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우주 및 사이버 협력, 지역 및 범세계적 안보협력 등 다양한 현안과 미래 한미동맹 발전 방향에 대한 협의가 이뤄졌다. SCM에 이어 양국 국방ㆍ외교 장관은 24일 ‘2+2 회의’를 갖고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한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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