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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의 여당 압박, 권위주의 행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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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논의와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지난 16일 중국방문 때 “정기국회 뒤 개헌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라며 개헌 문제를 꺼냈다가 다음날 “불찰이고 실수”라며 거둬들인 김 대표의 언행에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21일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별로 언론에 나서지 않던 이 고위관계자가 김 대표를 공개 비판한 것이어서 박근혜 대통령의 불쾌한 의중을 표현한 게 분명하다. 이달 초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를 삼키는 블랙홀”이라며 개헌논의 반대를 천명했던 박 대통령의 말을 당 대표가 드러내놓고 뭉갠 데 대해 김 대표가 벌써부터 ‘딴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경고로 보인다.
지난 19일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정홍원 총리,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참석한 당ㆍ정ㆍ청 회의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불협화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김 실장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연내 처리를 요구했지만 김 대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난색을 표해 분위기가 냉랭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김 대표의 개헌 발언을 비판하면서 공무원 연금개혁의 연내 처리를 강조해 거듭 당을 압박했다. 새누리당은 원칙적으로 연내 처리 입장을 보였지만 김 대표는 어제 “공무원 연금개혁을 하는 게 중요하지, 시기가 중요하냐”며 다른 목소리를 냈다.
청와대와 김 대표 간의 갈등 배경에는 미래권력과 현재권력의 보이지 않는 갈등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청와대가 김 대표의 언행을 ‘대권 정치’내지 ‘자기 정치’로 보고,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우선 개헌 발언은 김 대표 스스로 실수라고 했고, 이후 입을 다물었다. 김 대표와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청와대가 앞장서서 갈등을 표면화했다. 근본적으로는 5년 단임의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논의가 국정운영에 장애가 되는지도 의문이고, 그런 이유를 들어 막는 것도 난센스다. 그렇다면 개헌 논의는 어느 정권에서도 할 수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만 하더라도 이해당사자를 제외하곤 그 당위성을 모든 국민이 인정하고 있다. 다만 정부안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고, 야당과의 협의, 당사자 설득의 문제가 큰 걸림돌인 만큼 청와대가 여당을 다그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조속한 입법도 중요하지만 100만 공무원의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서 내용과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뒤탈을 막을 수 있다. 물론 여당이 공무원 표를 의식해 지연할 의사가 두드러졌다면 청와대가 채근할 일이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청와대가 과거 황우여ㆍ최경환 체제의 새누리당과 같은 ‘청와대 2중대’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 여당이 청와대가 시키는 대로만 하다 보니 인사실패 등 그 폐단이 컸다. 이번 당ㆍ청 갈등이 청와대의 권위주의적 자세,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되짚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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