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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감기관 고충 위로·격려 '국감 젠틀맨'

입력
2014.10.1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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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가 성숙한 국감으로" 평소 의정활동도 '신사' 별명

새정치 박수현 의원
새정치 박수현 의원

“늦은 시간 국정감사에 임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서민주거 안정과 부채감축 대책 등 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만 무엇보다 어려운 여건 속 소임을 다하는 LH공사 가족 여러분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감 첫날인 7일 자정까지 이어진 감사가 끝난 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A씨는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격려와 감사의 문자는 직전까지 자신들을 몰아치던 야당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이다. A씨는 반신반의 하면서 “이런 문자를 처음 받아봤다. 피곤함이 싹 가시는 것 같다”는 답장을 보냈다.

국감 시즌 때마다 을이 되는 피감기관에 격려의 문자를 보낸 의원은 정치권에서 ‘젠틀맨’으로 통하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수현(충남 공주)의원이다. 그는 지역구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3년 가까이 왕복 4시간 거리를 매일 고속버스로 출퇴근 하는 바른 생활 사나이이자 평소 말투에서도 신사의 품격이 물씬 풍겨난다. 박 의원은 17일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는다면 한층 더 성숙한 국정감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_피감기관에 보내는 격려 문자는 다소 생소하다.

“19대 들어와 첫 국감을 하던 중 의원들이 호통만 치고 고압적 자세로 피감기관을 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도 국감준비가 힘들었을 텐데 격려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들의 고충을 직접 듣고 감사를 표하기 위해 시작했다.”

_문자는 어떤 식으로 보내나.

“기관마다 보내는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오늘 이런 내용을 질의했는데 노고를 잘 모르고 실망감을 주지 않았나 걱정이 된다. 다 함께 발전하는 방안을 찾자’는 식이다. 감사가 끝나기 전 문구를 준비한 뒤 ‘산회를 선포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위원장이 방망이를 두드리면 바로 발송한다.”

올해 국감 첫날부터 17일까지 박 의원이 보낸 격려의 메시지는 총 15,000여 건으로 국토부와 LH, 한국도로공사 등 박 의원이 소속된 국토교통위 피감기관 대부분 임원들이 받았다고 한다. 박 의원이 받은 답장만도 하루에 200건이 넘는다. ‘정말 국회의원이 맞냐’는 의심 섞인 내용부터 ‘25년 근무하면서 국회의원에게 위로 받아본 건 처음이다. 사람 사는 맛이 난다”는 내용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_가장 기억에 남는 답장은.

“정년퇴직을 앞둔 분이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에게 인정 받는다는 게 인생 최고의 보람’이라며 ‘격려의 말에 감동을 느낀다’고 했다. 집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메시지를 읽던 중 눈물이 났다. 정말 뿌듯한 순간이었다.”

_문자 소통의 의미는.

“호통만 치는 것은 국회의원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감사는 철저히 하되 피감기관 직원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대화한다면 한층 더 발전된 국정감사의 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박수현 의원은 누구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정책 보좌관 출신으로 새정치민주연합 내 유일한 안희정계보 의원으로 통한다. 17대 총선에서 처음으로 정치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고배를 마신 뒤 19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원내대변인과 김한길 전 공동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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