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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대비 어떻게…" 공무원들 분노

입력
2014.10.18 04:40

"연금 방만운영 책임을 우리에 전가" 명퇴 준비하는 교사들도 늘어나

전공노 20일 정부 규탄대회 열기로

16일 오후 부산시 동구 부산역광장에서 부산지역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 소속의 노조원들이 "연급법 개악에 반대한다"며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부산시 동구 부산역광장에서 부산지역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 소속의 노조원들이 "연급법 개악에 반대한다"며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연금마저 줄이면 공무원은 무엇으로 노후를 대비해야 합니까.”

안전행정부의 ‘공무원 연금 개혁안’이 공개된 17일 서울 강북지역의 한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이모(32)씨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안행부의 안이 앞서 공개된 한국연금학회 연구진의 안보다 강도 높은 개혁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되자 이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지방 사립대를 졸업하고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서 4년간 수험생활을 한 끝에 지난해 고대하던 9급 공무원이 됐다. 올해 6월 결혼한 이씨는 “한 달에 19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월급으로 육아까지 하려면 저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공무원이 연금 도움 없이 노후를 대비하기는 무척 어렵다”고 한탄했다.

다른 공무원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26ㆍ여)씨는 “정부가 과도한 연금이 지급되지 않도록 상한액을 조정한다고 했는데, 납입하는 기간과 금액을 비교했을 때 현재의 연금 수준도 결코 많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앙 행정부처 사무관 A(28)씨는 “민간업체와 비교해 적은 봉급에 대한 부족분을 공무원이라는 사명감으로만 채우기엔 한계가 있다”며 “부업이 허용되지 않는 공무원들의 연금에 손대는 것은 그저 봉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은 정부가 지금까지 연금제도를 방만하게 운영해놓고 책임과 부담은 공무원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고위 공무원은 “납입금을 내는 현직 공무원 숫자는 정해져 있는데 퇴직해서 연금을 받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니 근본적인 개선책을 고민하지 않고 그냥 적게 받으라고 강요하는 꼴”이라며 “공무원들과 충분히 소통해서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이 개혁되기 전에 명예퇴직을 하려는 공무원들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교사 이씨는 “주변 교사들 모두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명예퇴직을 준비하는 교사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주민센터 공무원 이씨는 “지방대 출신 중에도 우수한 자원들은 인생 설계가 가능한 공무원을 택했지만, 이제는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의 개혁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 규탄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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