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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빈 강정… ‘MB표 자원외교’의 허상 되짚어보기

입력
2014.10.1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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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73) 전 대통령의 야심작인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위상이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있다. MB정부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벌어들였다고 자부했지만, 이제와 실상을 뜯어보니 어마어마한 돈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말 많고 탈 많은 'MB표 자원외교'의 허상을 되짚어본다.

2008년 4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운용 방안을 밝히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8년 4월,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국정운용 방안을 밝히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세계 곳곳 발로 뛴 'MB'

이 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자원 부국의 개발 사업권을 따내 한국경제를 부흥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석유나 가스가 생산되지 않으니, 해외자원개발사업에 투자해 직접 퍼올려 싣고 오겠다는 전략이었다. 사업 프로젝트명은 '자원외교'라고 통칭했다.

2008년, 이 전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해외자원개발 사업권 유치에 열을 올렸다. MB정부가 임기 내 인도네시아, 파나마, 카자흐스탄 등 세계적인 자원 부국을 상대로 자원개발 사업권 MOU를 맺은 건 71건. 상당수는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세계 각지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하고, 협약을 도출해냈다.

2009년 5월,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이 환영나온 인사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9년 5월,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도착한 이명박 대통령이 환영나온 인사들에게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핵심 인물은 모두 'MB맨'

자원외교 사업에는 공인된 ‘MB맨’들이 깊숙이 관여했다. 대통령의 오른팔로 '왕차관'이라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자원외교 사업을 진두 지휘했다. 그는 '자원외교사절단' 자격으로 해외를 돌아다니며 사업권을 수주했다. 2011년에는 사업 성과를 알리기 위해 '당신이 미스터 아프리카입니까?'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기사보기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해외에 나가는 일이 잦았다. 공식 직책도 없이 ‘대통령 형님’의 지위만으로 외교 무대에 나선 것을 빗대어 “외교도 만사형통(만사兄통: 모든 것은 형을 통해야 한다는 뜻)”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기사보기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자원외교사업 성사를 위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활동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자원외교사업 성사를 위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활동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줄줄이 비리… 얼룩진 성과

불씨를 당긴 건 2011년 의혹이 제기된 CNK의 다이아몬드 사기 의혹이다. 김은석 전 외교부 에너지자원대사가 관여한 일이어서 사회적 파장이 컸다. 오덕균 CNK 대표는 카메룬 광산의 다이아몬드 매장량을 부풀려 허위 공시하는 방법으로 주가를 띄워 9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지난 4월 검찰에 기소됐고, 이 사건과 관련한 1심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기사보기

모래성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이 전 대통령의 임기 완료가 다가오면서 자원외교를 둘러싼 의혹이 쏟아졌다. MB정부가 체결한 자원개발 양해각서(MOU)는 총 71건인데 이 중 본 계약으로 이어진 경우는 단 한 건에 불과 하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기사보기

계약을 맺어도 실상은 암울했다. 볼리비아 리튬 개발 광산 사업 실패가 대표적 사례다. 이 사업은 이상득 전 의원이 주도했는데, 2012년 7월 정식계약을 맺은 뒤에도 사업은 제자리걸음이다. 볼리비아 정부는 리튬 채굴권을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고, 광물공사는 사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영상보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며 자원외교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며 자원외교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무너진 야심작… 얼마나 까먹었나

부풀었던 풍선의 바람은 맥없이 빠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편승했던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광물공사 등 관련 공기업들이 모두 뭇매를 맞고 있다. 이들은 정권의 치적을 쌓느라 급급했던 나머지 사업성 검토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기사보기

광물공사는 멕시코의 볼레오 구리광산 사업에 1조원이라는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개발 당시부터 부도 위기였다.‘밑 빠진 독’이라는 걸 알면서도 돈을 퍼부은 셈이다. (한국일보 보도: 1조 투자 멕시코 광산, 개발 당시 부도 위기) 석유공사는 9,000억원에 사들인 캐나다 정유공장을 매각하면서 약 1조7000억원의 부채를 떠안았다. 모두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빚어진 결과다. ▶기사보기

투자 성적도 암울하다.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 3사가 자원외교사업에 26조984억을 투자했지만 현재까지의 수익은 3조6,698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세 공사가 투자한 69개 사업을 올해 상반기에 분석한 결과다. ▶기사보기

자원외교 사업은 상당수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의혹이 많은 만큼 숙제도 많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사태수습에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자원개발은 금지어"라며 "누구도 아이디어를 내거나 업체들과 머리를 맞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사보기

김지현기자 hyun1620@hk.co.kr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과 함게 '해외자원개발 사업' 추진을 국정운용의 첫 번째 과제로 삼고, 이를 'MB맨'들이 주축이돼 이끌었다. MB정부는 자원외교 사업의 성과를 널리 홍보했지만, 현재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명박정부는 '4대강 사업'과 함게 '해외자원개발 사업' 추진을 국정운용의 첫 번째 과제로 삼고, 이를 'MB맨'들이 주축이돼 이끌었다. MB정부는 자원외교 사업의 성과를 널리 홍보했지만, 현재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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