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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칼럼] 공과 사, 대와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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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사생활 감시 공무시간은 비밀
집값 올리고 부담없는 농산물 깎기
대기업은 깎아주고 서민가계 부담
소득이 올라도 물가가 올라가면 살기가 힘들다. 그래서 어느 정부나 물가가 뛰는 것은 단속한다. 그런데 이 물가는 금액이 아니라 비율로 인상폭을 따진다. 물건마다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똑같지 않은데 물가당국은 비율로 평균을 내고 비율만을 중시한다.
배추값이 10% 오르면 가정에서 느끼는 부담은 겨우 200원이고 집값이 10% 오르면 2,320만원(한국주택 평균가 2억3,200만원, 2014년 6월 한국감정원 기준)인데 물가에서는 같은 대접을 받는다. 배추나 무 마늘이 흉년이 들어 농민이 가격좀 받으려고 하면 요란을 떨면서 중국산을 들여와 가격을 낮추려 한다. 집값은 떨어져야 서민들이 살기 편한데 박근혜 정부는 거꾸로다. 어떻게든 높이려고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거래세를 깎아준다.
정부가 세수가 부족하니까 담뱃값에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인상하고 유아들 보육비며 노인들 기초연금을 전부 지방정부로 떼어넘기겠다고 밝혔다. 돈 드는 일을 못하는 것은 세수가 부족해서다. 이명박 정부에서 깎아준 종합부동산세는 지방정부 세원을 없앴고 법인세는 중앙정부의 세원을 줄였다. 이명박 정부 1년차에 20%이던 법인세는 작년에 16%로 떨어졌다. 이로 인한 세수 손실은 연간 9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큰 돈을 버는 법인에게 약간의 부담을 지우면 될 일을 안 하고서 서민들에게 큰 부담을 지운다. 대와 소에 대한 판단이 크게 흐트러져서다.
대와 소의 판단만 흐트러졌나? 공과 사에 대한 판단도 흐트러졌다. 대통령의 공무시간 7시간은 밝히지 않으면서 개인의 사생활은 마구 파헤치려 한다. 대통령 비난하는 낙서 한 줄을 쓴 사람을 잡겠다고 기초생활수급자 3,000명의 명단을 파헤치고 인터넷에 올린 글의 작성자와 스마트폰의 개인메시지를 사찰한다.
개인의 사생활을 그렇게 꼼꼼히 살피는 정부가 정작 그 기간에 문제가 많은 이들을 공직자로 임명했다. 서울대에 다니면서 경찰의 끄나풀로 민청학련 사건을 조작하는 데 한몫을 했다는 이가 아무런 해명도 없이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으로 임명되는가 하면 5년 내내 적십자 회비는 한번도 내지 않았다는 이가 적십자 총재가 된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구국의 영웅이라서 4.19조차 그가 국가를 세우지 않았으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가 한국방송공사 이사장이 된다.
공직만 그런 게 아니다. 세상도 말 못하게 험악해졌다. 청소년상담사가 상담캠프에 들어온 7살 소년을 성추행했다. 어린이집 원장이 말 못하는 아이들을 때리고 괴롭힌다. 교사들이 말리려고 해도 일자리를 잃을까봐 말을 못한다. 아파트 경비가 주민의 온갖 폭언에 시달리다가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자식이 왜 죽었는지 진상만 밝혀달라는 유족을 비난하고 단식하는 이들 곁에서 음식을 먹는 잔혹한 이들이 나타난지는 꽤 됐다.
세상이 험악해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나쁜 이들이 처벌을 받기는커녕 권력을 쥐고 흔들기까지 하니까 가해자가 승자 같고 승자가 올바른 사람 같아서 그럴 것이다. 한국사회 전체에 가치전도가 무서운 속도로 일어나고 있기는 하다. 이러다간 권력을 비판하면 곧바로 잡혀가던 박정희 시절로 되돌아간다고 장탄식을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나아질까, 달라질까, 세상이 점점 나빠지기만 해서 자꾸 지친다는 이들도 많이 만난다.
공과 사, 대와 소 가운데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 모르는 정부인 것은 맞다. 이 정부의 속성이 박정희 정권을 닮고 싶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민의 수준이 다르다.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사람들이 문제를 삼기 때문이다. 성추행을 당한 여군을 불러 다시 성추행한 사단장도 존재하지만 그가 잡힌 현실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고교무상교육을 공약으로 내세우고는 슬그머니 없앴지만 강원도 정선군과 인천 동구의 새누리당 소속 지자체장이 자체 예산으로 고교무상교육을 하겠다고 나섰다. 탈북자들이 북한에 삐라를 뿌려서 북한으로부터 총탄공격을 받았는데도 정부가 말리지 않자 연천주민들이 반대시위에 나섰다. 개인메시지 사찰에는 탈퇴로 맞선다. 세월호 유족들과 뜻을 같이 한다는 시민모임 활동도 여러 지역에서 구체적이 되어간다. 2014년의 시민이 70년대로 가는 정부를 막을 것이다. 사생활은 보호하고 공생활은 투명하게 밝히는 정부, 소가 아니라 대를 보고 정책을 세우는 정부를 만들려는 압박은 더 많아져야 한다.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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