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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블랙홀" 견제구에도 김무성 '개헌론' 돌직구

입력
2014.10.16 17:41

"정기국회 후 논의 봇물 터질 것" 이원집정부제 구체 언급까지

朴 해외순방 중 작심한 듯 발언, 당청갈등 예고… 정치권 술렁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올해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에 봇물이 터지고 그렇게 되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며 연말 개헌 논의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러면서 이원집정부제 개헌에 대한 지지 의사를 적극 표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힌 상황에서 집권여당 대표가 공개적으로 개헌 필요성을 거론한 만큼 당청갈등을 포함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중국 방문 마지막 날인 이날 숙소인 상하이 홍치아오(虹?) 영빈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헌 논의가 시작되면 경제활성화가 방해받는다는 지적은 맞지만 다음 대선에 가까이 가면 개헌은 어렵다”며 청와대와 친박주류의 시기상조론을 비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개헌론에 대해 “경제를 삼키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재차 선을 그었고, 서청원 최고위원 등 친박계 핵심인사들도 개헌 논의에 대해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김 대표는 특히 개헌 논의의 핵심인 권력구조 개편 방안과 관련, 직선 대통령이 외교ㆍ국방을 담당하고 국회에서 선출된 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철저한 진영논리에 빠져 아무 것도 되는 게 없지 않느냐”면서 “‘전부 아니면 전무’ 식의 권력 쟁취전을 막고 권력을 분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도 내각제의 부침 때문에 정ㆍ부통령제를 선호했는데 이원집정부제도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중립지대를 허용해 연정으로 가야 사회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개헌론은 향후 1년 반 가량 선거가 없는 상황에서 차기 대선주자로서 승부수를 던지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사실상 당내 다수인 개헌 찬성론자들의 중의를 모아 비주류 대표의 불리한 입장을 탈피하고 확고한 입지를 다지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에 개헌론을 꺼낸 것도 의도된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치권에 개헌론이 본격화하자마자 박 대통령은 곧바로 레임덕에 빠져들 것이라는 관측도 대세다.

김 대표가 갑작스레 꺼낸 개헌론 화두에 정치권은 술렁거렸다. 청와대는 공식적인 반응을 자제하는 가운데 내심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고 친박 그룹에서도 “헤게모니를 잡겠다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들어간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개헌모임 의원들을 비롯한 비주류 그룹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도 “김 대표의 개헌 주장은 아주 적절하다. 내년이 상반기가 적기이며 분권형으로 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상하이=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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