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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에볼라 번지면 한국도 안심 못합니다

입력
2014.10.15 20:00

서아프리카서 15년 풍토병 연구...

"中·인도 에볼라 전염 가능성 높은데 이들과 교류 많은 한국도 주의해야"

정치인 대신 전문가 믿을 것 충고

빈센트 레시 미국 버클리대 환경정책학과 교수가 1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위험성과 한국 및 주변국의 대처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주형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빈센트 레시 미국 버클리대 환경정책학과 교수가 1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의 위험성과 한국 및 주변국의 대처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주형 인턴기자(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빈센트 레시(69ㆍ사진) 미국 버클리대 환경정책학과 교수는 1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도 더 이상 에볼라 바이러스에서 안전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근원지로 알려진 서아프리카 지역 풍토병 전문가인 레시 교수는 지난 9일 한국 동물분류학회 30주년 기념 심포지엄 기조 연설을 위해 방한했다. 오는 20일까지 5차례에 걸쳐 고려대 대학원생 및 교원들을 대상으로 ‘과학 학술 논문 작성’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1992년부터 15년간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수생 동물 등 곤충 및 바이러스를 연구한 곤충 전문가다.

레시 교수는 먼저 “한국은 에볼라, 말라리아 등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풍토병에서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의술 및 의료기기 수준이 매우 높은 편이며 한국인들은 풍부한 먹거리로 인해 영양 상태도 좋다”고 말했다. 이런 판단의 근거로 한국인들의 면역력을 들었다.

레시 교수는 그러나 국제보건기구(WHO)가 최근 “에볼라 바이러스가 이달 중 중국과 인도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한 점에 주목했다. 그는 “이들 국가는 인구 대국인데다 한국과의 인적 교류도 활발하다”며 “이 경우 한국은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질병연구 및 확산방지에 관한 국제 공조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한국의 의료 연구 수준이 높은 만큼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레시 교수는 일부 정치인들이 무책임한 발언을 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갑작스레 질병이 퍼지니, 일부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의 경우 그럴싸한 말로 국민들을 안심시키기에 급급하거나 반대로 쓸데없는 위기감을 증폭시킨다”며 “세계보건기구나 전문 과학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냉정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향후 중국, 미국 등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가 차원의 대형 물 공급 정책 사업에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근 중국은 비교적 물이 풍부한 남쪽 지방(상하이 인근)에서 물 부족 지역인 북부 지방(베이징 인근)으로, 미국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앤젤레스 지역으로 물을 공급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베이징을 포함한 북부 16개 성(省)급 지역이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으며 그 중 6곳은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레시 교수는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물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수질오염 및 생태계 변이 등 의외의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물 부족 국가의 경우 향후 이런 사업이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체계적인 관리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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