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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미국은 어떻게 에볼라에 뚫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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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라 발병 사상 처음으로 미국에서 대륙간 전염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미국은 물론 전세계가 추가 전염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왜 에볼라의 자국 확산을 막지 못했는지 문답으로 알아본다.
Q. 던컨은 어떻게 감염된 채로 입국 가능했나.
미국 최초의 에볼라 환자인 토머스 에릭 던컨(42)은 지난달 30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에볼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에볼라 감염 확진 판정 이후 실험 약물 등 병원의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지난 8일 숨지고 말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던컨은 라이베리아에 있던 9월 15일 에볼라에 감염된 젊은 여성 마샬린 윌리엄스와 접촉했다. 던컨은 그 여성에게서 에볼라가 전염된 상태로 몬로비아의 로버츠 국제공항으로 갔다. 거기서 에볼라 검사를 받았지만 바이러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비행기에 탑승했고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출발했다. 공항측은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전염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라이베리아항공국이사회 빈야 케셀리 회장은 “에볼라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알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빠르게 퍼진 이후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해당 국가 승객들에 대해 검사를 실시해왔다. 8월 초 CDC는 공항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고, 이 교육을 받은 공항 직원들은 9월 중순 이후 에볼라 노출 가능성이 있는 여행객들에게 발열, 심한 두통, 근육통, 복통, 출혈, 구토, 설사가 있는지 물었다. 온도 감지 기계를 이용해 발열 검사도 실시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한계가 있었다. 바이러스 노출 확인을 전적으로 여행자에게 의존했다는 점이다. 검사 역시 그다지 전문성이 없는 공항 직원들에게 맡겼다. 이들이 얼마나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검사를 했는지 알 수 없다. CDC의 니콜 코헨 박사는 “여행자들 중 잠재적인 감염자들이 얼마나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승무원들에게 에볼라의 위험과 증상, 전염 방식 등을 알렸으며, 일부 항공사는 승객들이 탑승할 때 장갑과 소독제를 공급했다. 하지만 이 같은 초보적인 예방 조치를 넘어서는 승객 검사는 항공사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미 교통부 규정에 따르면 미국에 오는 항공사들은 여행자가 단순히 전염성 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 질병이 다른 승객들에게 직접적 위협이 될 경우에는 거부할 수 있다. 미 교통부는 에볼라의 경우 매우 심각하고 전염도 쉽기 때문에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증후군)처럼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Q. 초기 단계에 던컨의 감염 파악에 왜 실패했나.
던컨이 확진 판정을 받은 지난달 30일은 이미 그가 미국에 온 지 10일이 지난 뒤였다. 던컨은 공항 입국심사대를 무사히 통과했고 다음 날 세관에서도 CDC 직원에게서 발열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 증상이 없었다.
닷새 뒤인 지난달 25일 처음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을 방문했을 때 그는 고열과 복통, 두통 증상을 호소했다. 혈액 검사를 실시했지만 에볼라 양성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병원은 항생제와 진통제만 처방해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당시 간호사는 던컨에게 아프리카를 여행한 적이 있냐고 물었고 그는 아프리카에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이 병원 의료진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병원도 이에 대해 “그 사실을 간과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처음 던컨이 병원에 왔을 때는 입원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낮은 수준의 발열과 복통 증상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흘 뒤 상태가 더 나빠진 던컨은 구급차에 실려 다시 병원에 왔다. 그제서야 병원은 던컨을 격리해 입원시켰다. 다음 날 CDC는 던컨의 혈액을 검사했고 에볼라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확인했다. 이후 30일부터 던컨과 접촉한 사람들을 모두 찾아 검사하기 시작했다. 지난 4일부터 던컨은 미 식품의약청(FDA) 승인을 받지 않은 실험 약물 ‘브린시도포비르’(brincidofovir)로 치료 받았지만 8일 결국 숨졌다.
Q. 간호사 팸은 어떻게 감염됐나.
미 당국은 지난 12일 던컨 치료에 참여했던 여성 간호사 니나 팸(26)도 에볼라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베트남계 여성인 팸은 2010년 텍사스크리스천대학을 졸업하고 텍사스보건장로병원 중환자실에서 일했다. 이 여성은 치료를 위해 던컨과 11일간 접촉했다. 미 당국은 10일 팸이 약간의 발열 증상을 보여 응급실로 직접 걸어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리고 1시간 반 뒤 팸 자신이 격리를 원했다.
병원측은 던컨과 접촉할 때 팸은 규정 대로 보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썼으며, 다른 보호 장구도 모두 착용하고 있었다며 그가 보호복과 보호 장구를 벗을 때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팸이 어떻게 감염된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팸은 13일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켄트 브랜틀리 박사에게서 혈장 수혈을 받았다. 브랜틀리 박사는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에 감염됐다 미국으로 이송돼 지맵 등의 치료를 받고 회복된 의사다. CDC에 따르면 현재 팸은 신체 지표가 정상 범위에 있고 의식을 차린 상태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실제로 팸은 14일 병원을 통해 “전 괜찮아요. 저를 위해 기도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치료에 드는 비용을 모두 지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텍사스보건장로병원에서 던컨의 치료에 참여한 의료진은 모두 76명이다. 던컨의 상태를 확인했던 의료진들은 하루에 두 번 직접 자신의 체온을 측정했다. 팸의 감염 확인 이후 당국은 던컨과 접촉했던 이 병원 의료진을 지속적으로 관찰ㆍ검사하고 있다. 당국은 던컨이 접촉했던 다른 48명, 팸과 접촉한 1명에 대해서도 에볼라 검사와 상태를 관찰 중이다. 그 중에는 던컨의 약혼녀였던 루이스 트로(54)도 포함돼 있다. 트로는 13세 아들과 격리 상태다.
Q. 미국 정부는 이후 방역대책을 어떻게 바꿨나.
토머스 프리든 CDC 소장은 에볼라의 경우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초기 대처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의료진의 경우 보호 장비가 현행 매뉴얼로 충분한지, 보호복을 벗을 때 위험하지는 않은지를 재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환자들을 돌보는 미국 전역의 의사나 간호사들이 감염될 가능성을 우려해 이에 대해 새로운 행동 수칙 몇 가지를 내놓았다. ①CDC의 현장 관계자들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보호복을 벗을 때 감독할 것 ②새로 편성된 즉각 대응팀은 최대 몇 시간 이내에 에볼라 발생 현장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할 것 ③각 병원에서 검사할 때 환자에게 그 동안의 여행 기록을 자세히 물을 것 등이다. 이 조치에 따라 현재 미국 병원의 직원들은 착용하고 있는 보호 복장을 입고 벗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재교육 받고 있다. 또 보호 장비 사용을 얼마나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지 평가도 받고 있다. CDC는 또한 보호 복장을 벗을 때 바이러스를 죽이는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미 당국은 뉴욕 JFK 국제공항을 시작으로 워싱턴 덜레스, 시카고 오헤어, 애틀랜타 하츠필드 잭슨, 뉴저지 뉴어크 리버티 등 5개 국제공항에서 철저한 에볼라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기니 등 에볼라 집중 발병국에서 도착하는 사람들의 90%가 이 5개 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입국한다. 그 중 케네디 공항으로 입국하는 여행자가 전체의 43%, 덜레스 공항이 22%다.
이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승객들은 공항 당국에 맡기지 않고 파견된 CDC 직원이 직접 총처럼 생긴 비접촉식 온도계(적외선 빔)로 일일이 체온을 측정한다. 미 보건 당국 관계자가 공항에서 체온을 측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방문 지역이나 신체 증상 등을 묻는 설문지 작성도 요구한다. 체온이 정상보다 높은 사람은 공항에 배치된 CDC 전문가에게 추가 검사를 받는다. 추가 검사 요령은 전국의 보건소에도 전파한다. 미 당국은 서아프리카와 미국을 오가는 항공편을 운행하는 다른 나라 항공사에 대해서도 설문지를 배포할 예정이다. 던컨은 라이베리아를 출발해 벨기에를 경유해 미국에 입국했었다.
김지수 인턴기자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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