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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미숙한 대응에 에볼라 공포 확산

입력
2014.10.0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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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간호사, 8시간 격리 공백에 환자 만진 장갑으로 얼굴 만져 감염

美 사망자 첫 병원 방문 때 아프리카 방문 확인 않고 돌려보내

세계은행 "조기 차단 안 되면 최대 35조원 경제적 피해"

북미와 유럽에서 에볼라 환자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에볼라 감염 공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에볼라 환자나 의심환자에 대한 각 국가 보건당국의 미숙한 대응 방법이 불안감을 더 키운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9일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테레사 로메로 라모스(44)가 8시간 가량 격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라모스가 처음 입원한 마드리드의 알코르콘병원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라모스가 에볼라 검사결과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통지를 받은 뒤 8시간 동안 응급실에서 대기해 응급실의 다른 환자들과 응급실을 들락날락하는 의료진이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위험성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도 초기 대응 부실을 지적했다. 9일 엘파이스에 따르면 라모스가 지난달 30일 미열과 피로 증상을 느끼고 자신이 근무하던 카를로스3세병원에 보고를 하는 등 3번 이상 보건당국에 자신의 상태를 알린 뒤에야 격리 치료를 받았다. 라모스의 첫 보고 뒤 보건 당국의 조치는 해열제 처방에 그쳤다. 라모스가 6일 고열 증상으로 구급차에 실려갈 때 출동한 응급 구조대원들은 별다른 보호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엘파이스는 덧붙였다.

라모스는 지난달 25일 에볼라로 숨진 자국 선교사 마누엘 가르시아 비에호를 치료하는 의료진에 참가했던 간호사다. CNN은 “라모스가 어떻게 에볼라에 감염됐는지 보다 당국이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더욱 관심 받고 있다”며 스페인 당국의 미숙한 초기 대응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라모스의 감염 경로도 밝혀지고 있다. 라모스는 환자와 접촉한 장갑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진 것으로 알려졌다. 8일 AP통신에 따르면 카를로스 3세병원 의사인 헤르만 라미레스는 “간호사(라모스)가 에볼라 환자의 격리 치료 병실을 나온 뒤 자신의 얼굴을 장갑으로 한 번 만진 것을 기억했다”고 말했다.

미숙한 초기 대응은 스페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라모스의 사례는 미국 보건당국이 자국 내 첫 에볼라 확진 환자인 토머스 에릭 던컨을 초기에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과 유사하다. 던컨이 처음 에볼라 의심 증상을 인지하고 병원을 찾았을 때 의료진은 그가 아프리카에 머물렀던 이력도 확인하지 않고 그를 집으로 돌려 보내 큰 비판을 받았다.

에볼라 공포의 확산과 함께 경제적 피해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8일 세계은행은 에볼라가 서아프리카에서 조기 차단되지 않고 확산되면 경제적 피해규모가 최대 35조원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냈다.

세계은행이 연례회의를 앞두고 낸 이 보고서는 최악과 최상의 시나리오로 나눠 에볼라가 서아프리카 경제에 끼칠 영향을 분석했다. 에볼라가 기니와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3개국에서 진정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웃국가로 번진다면 경제적 피해가 올해 74억 달러(7조9,476억원), 내년 말까지 326억 달러(35조124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에볼라 확산이 올해 안에 차단되면 내년 말까지 피해 규모가 38억 달러(4조812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이날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의 에볼라 대응이 늦어도 너무 늦어 형편없을 정도로 실패했다”고 꼬집으며 “100억 달러나 2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만들어 보건과 관련한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호주 국영방송 ABC 등은 호주 케언즈에 사는 간호사 수 엘런 코바치(57)가 에볼라 감염 의심 증세를 보여 케언즈 병원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코바치는 적십자 자원봉사를 위해 한달 동안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보다 지난 주말 호주로 돌아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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