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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이 판교 행차한 까닭은

입력
2014.10.0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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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카카오 사옥 방문해

전자지갑 '뱅크월렛카카오' 송금과 '카카오페이' 간편결제 과정 등 관람

"금융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IT를 받아들이겠다는 선언" 해석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6일 경기도 판교의 다음카카오 본사에서 이석우(오른쪽에서 세 번째)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김종화(맨 오른쪽) 금융결제원장과 함께 신용카드 간편결제서비스 ‘카카오페이’ 시연을 본 뒤 질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신제윤 금융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6일 경기도 판교의 다음카카오 본사에서 이석우(오른쪽에서 세 번째) 다음카카오 공동대표, 김종화(맨 오른쪽) 금융결제원장과 함께 신용카드 간편결제서비스 ‘카카오페이’ 시연을 본 뒤 질문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입금 한도가 50만원이면 적은 것 같은데요. 여러 친구들에게 축하금을 받는다면 말이죠. 규제 때문이라면 우리가 고치겠습니다.”

6일 다음카카오 경기 판교 사옥을 찾은 신제윤(사진 가운데) 금융위원장은 이달 말 출시 예정인 이 회사 전자지갑 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의 송금 과정을 지켜보던 중 거래한도를 높이겠다고 즉석에서 공언했다. “내가 축하금을 보냈는데 그쪽에서 부담스러워 안받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고는 “3일 동안 수취하지 않으면 자동 환불된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는 등 시종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그는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 120만 명을 모은 신용카드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의 결제 과정도 관람했다.

신 위원장은 이어 인근 판교 테크노밸리로 이동, IT업체 및 전자금융업체 관계자들과 ‘ITㆍ금융 융합 촉진’을 주제로 간담회를 가졌다. 삼성전자, 다음카카오, LG유플러스, 이베이코리아, 나이스정보통신 등 9개사가 참석했다. “해외를 보면 IT와 결합된 금융서비스가 지급결제와 자금이체 서비스 수준을 넘어 대출, 보험, 투자중개업까지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고 지적한 신 위원장은 글로벌 컨설팅업체 캡제미니의 발언을 인용해 “제2의 지급결제 혁신의 물결은 비금융회사와 같은 새로운 시장 진입자가 주도할 것”이라며 참석 기업에 신시장 창출을 위한 역할을 주문했다.

이날 신 위원장의 ‘판교 행차’를 두고 금융당국이 IT를 금융시장의 주요 플레이어이자 정책의 우선 고려 대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선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finance)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fintech), 즉 IT기술과 결합된 금융서비스 확장이라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금융규제 개선 및 지원 요구 사항을 청취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달 초 여신금융협회를 통해 카드정보 저장을 허용할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의 기준을 마련, 다양한 전자금융 서비스의 원천이 되는 간편결제 상품 출시의 기반을 마련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신 위원장은 이날 전자금융 활성화를 위해 금융사의 기술 자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행위별 직접 규제에서 원칙을 제시하는 간접 규제로의 전환 ▦자율적 보안 대책 수립을 허용하되 책임을 엄중히 묻는 사후 규제 강화 ▦금융서비스 편의성과 정보 보호를 동시 추진하는 양방향 제도개선 등 규제 원칙을 제시했다. 공인인증서, 액티브X 기반 보안프로그램의 사용 의무폐지 등 전자금융업의 자율성을 높일 여건을 마련한 만큼 업체에 개인정보 보호 등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또 IT기업, 금융사, 당국 등이 폭넓게 참여하는 ‘ITㆍ금융 융합 민관협력체’ 구성도 제안했다. 다만 “해외는 IT업체가 주도적으로 금융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우리는 가급적 은행, 카드사 등과 협조하려 한다”며 속도 조절 방침도 내비쳤다.

금융당국의 전자금융 활성화 방침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천송이 코트’ 발언 이후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 폐지, 온라인 결제 간편화 방안 등 급조성 대책을 마련한 것이 전부인 상황에서 인프라 구축도 없이 덜컥 ‘핀테크’ 활성화에 나서는 것은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것. 금융보안연구원 관계자는 “영국, 독일, 일본, 싱가포르 등 전자금융 선진국 사례에서 보듯 전자금융산업 활성화는 정부기관 및 산업 이해관계자의 상호 협력적 관계 구축은 물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감독체계 개편 등이 뒤따라야 하는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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