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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유가족 "국회정상화는 국민 뜻" 명심해야

입력
2014.09.29 20:00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세월호 유가족대책위 전명선 위원장이 어제 오후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3자 회동을 했다. 이 자리에서 특별한 결과를 도출해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의 총의를 모아 오늘 다시 3자가 추가 협의를 하기로 한만큼 돌파구가 마련되리란 기대감도 적지 않다.

문제는 국회 정상화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26일 직권으로 소집한 본회의를 개회 9분만에 산회했다. 야당의 불참에 따라 30일 본회의를 재소집한 것이다. 당시 정 의장은 “야당의 진정성을 믿어보겠다”며 주말 동안 세월호 여야 협상을 주문했었다. 새누리당이 “일방적 회의 진행”이라고 크게 반발하면서 여야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다가 당 안팎의 대화 재개 압력으로 어제 겨우 여야 원내대표와 세월호 유가족 대표간 3자 회동이 이루어졌다.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3자 협의의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오늘 예정된 본회의까지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무관하게 계류중인 90개 법안은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한다. 이 법안들은 모두 여야 합의로 본회의까지 올라온 비쟁점 안건이다. 당연히 야당도 출석하는 게 마땅하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장도 26일 정 의장에게 본회의 연기를 요청하면서 “며칠만 말미를 달라”고 했다. 새정치연합도 본회의 등원 문제를 놓고 내부 논의를 거치겠지만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그게 의원 본분을 지키는 길이고, 야당의 입장을 배려했던 정 의장에 대한 도리다. 더욱이 무리한 법안 연계 전략으로 의정을 마비시키는 일은 야당의 부담만 더할 뿐이다.

여당도 세월호 해법과 관련해 열린 자세로 추가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두 차례 합의 파기의 책임을 야당에 물으며 2차 합의 내용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식의 완고한 자세를 보였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성역 없는 조사는 당위다. 핵심쟁점인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ㆍ기소권 문제도 유가족들이 사실상 한발 물러선 상태여서 여당이 특별검사 추천 쟁점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는 넓어졌다. 국민의 세월호 피로감을 핑계로 경직된 자세를 계속 고집해서는 안될 일이다. 세월호 참사는 물론 국정의 무한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문제해결에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150일이 넘는 동안 입법 제로의 국회마비 사태를 뒤돌아보건대 여야 모두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를 포기한 인상이 짙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당내 사정이나 상대당과의 신경전에만 매몰돼 전혀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국민의 정치혐오증이 극에 달했고, 유가족 대표의 대리기사 폭행사건 등 불미스런 일로 세월호 피로감도 늘어났다. 세월호 국면의 극적 전환과 국회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오늘, 여야는 물론 세월호 유가족도 국민의 마음을 사는 대국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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