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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로 갈라진 세월호 유족… 슬픈 분열

입력
2014.09.29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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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근 대변인의 폄하에 대못 박혀" 일반 희생자 유족들 31명 영정 철수

분열 커지면 정치권 압박에 어려움, 전문가들 "서로 감정 자제를" 조언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29일 경기 안산시 합동분향소 앞에서 이곳에 안치됐던 희생자 31명의 영정을 들고 나와 인천시청 앞에 마련된 일반인 희생자 분향소로 옮기고 있다. 안산=뉴시스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29일 경기 안산시 합동분향소 앞에서 이곳에 안치됐던 희생자 31명의 영정을 들고 나와 인천시청 앞에 마련된 일반인 희생자 분향소로 옮기고 있다. 안산=뉴시스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과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형참사 이후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분열을 수습하지 않는다면 진상규명, 안전대책, 관피아 척결 등 후속대책이 방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은 29일 오후 3시쯤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에서 34명의 일반인 희생자 가운데 31명(중국동포 3명 제외)의 영정과 위패를 철수했다. 일반인 대책위는 기자회견에서 “(단원고 중심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의 일반인 유가족에 대한 폄하와 유언비어 유포는 똑같은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라며 단원고 유가족들을 겨냥했다. 이어 “합동분향소는 인천과 안산 두 곳에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린다. 영결식도 안산과 동시에 인천에서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결별을 선언했다.

유 대변인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앞서 지난 23일 오후 고려대에서 열린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에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청와대의 뜻을 확인한 후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취지의 말을 해 갈등이 본격화했다.

유가족 사이 분열의 씨앗은 진작부터 있었다. 세월호 유족들이 5월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을 당시 일반인 유족들이 전혀 연락을 받지 못하면서 감정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절대 다수인 단원고 유가족들이 대책위를 주도하고 정부 지원과 관심이 몰리면서 일반인 유족들이 소외를 느낀 것이다. 더욱이 일반인 유가족 대책위에서조차 소외된 승무원 유족들은 더 심각하다. 다른 희생자 유족들의 반감으로 애초에 안산 합동분향소에 영정조차 끼지 못한 데다 생계를 책임진 가장인 경우가 많아 보상과 지원이 시급한데도 세월호 승무원이라는 이유로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대형 참사 희생자 유족들끼리 갈등을 겪는 일은 사실 참사의 전형적인 후유증이라고 할 만큼 드문 일이 아니다. 2003년 192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대구 지하철 참사의 경우 사고 후 국민성금 배분방법과 추모사업 등을 놓고 희생자 가족단체들이 고소ㆍ고발전을 벌이기까지 했다. 대구지하철희생자대책위원회와 대구지하철참사비상대책위원회는 매년 추모식을 따로 열고 있고, 추모사업마저 지연되면서 한 줌 유골로 남은 희생자들이 마지막 쉴 곳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이 분열되면 정치권에 진상규명과 안전대책 마련 등 후속대책을 압박하기는 더욱 힘들어진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사실상 그간 여야는 일반인 유족과 단원고 유족을 각각 접촉, 분열을 조장하기도 했다. 강영진 성균관대 갈등해결연구센터장은 “사고 후 많은 시간이 흐르고 가족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지면서 의견 대립이 일어날 수 있지만 사고의 재발 방지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을 감안해 서로 감정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정치권 역시 유가족들이 바라는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합의를 이끌어 내 지친 가족들의 마음을 달래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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