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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법 밀어붙이는 새누리

입력
2014.09.2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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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소권 부여 반대>찬성에 대리기사 폭행에 여론 유리 판단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6일 국회 의장실을 방문, 법안처리 연기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나서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26일 국회 의장실을 방문, 법안처리 연기한 것에 대해 항의하고 나서 밖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이 26일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이어가면서 협상 재개에 적신호가 켜졌다. 전날 유족 대표단이 ‘수사권ㆍ기소권 부여’ 원칙론에서 한 발 물러서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 협상 재개의 단초가 될 것이란 기대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이날 정의화 국회의장의 본회의 연기에 강력 반발한 새누리당은 아예 “30일 본회의 법안 처리까지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포함한 일체의 협상이 없다”고 선언했다.

새누리 “유족 주장 달라진 것 없다” 완고

이날 오전부터 새누리당의 입장은 완고했다.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언론에서는 ‘유가족대책위가 큰 양보를 했으나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가 나오는데 저희가 볼 때는 전혀 큰 양보가 없다”고 못 박았다.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도 “유가족대책위 측 주장은 그 동안 하등 달라진 게 없다. 강조점의 차이로 본다”고 말했다. 여야간 2차 합의안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이날 새정치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우윤근 정책위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야당의 당론이 뭐냐. 수사권ㆍ기소권도 유족들이 포기한 거냐”고 쏘아붙였다. 지난 두 차례의 협상 때처럼 야당 추인과 유족 동의 과정에서 합의가 번복될 수 있다는 불신을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다 정 의장의 본회의 연기에 대해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의 표명까지 하는 돌발 변수가 불거지면서 세월호 정국이 더욱 꼬이게 됐다.

‘대리기사 폭행’ 비판 여론으로 압박

새누리당의 강성 기조는 지난 17일 유족 대표단과 새정치연합 의원이 연루된 대리기사 폭행 사건 이후 세월호법 관련 여론이 유족 측에 다소 불리하게 기우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이 유엔 총회 기조연설 효과 등에 따라 국정지지도가 상승한 것도 여당의 강경 드라이브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19일 발표된 여론조사전문기관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세월호특별법 재협상안(2차 협상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46%로,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응답(41%)보다 5%포인트 앞섰다. 지난달 29일 조사에서 ‘다시 협상해야 한다’(47%)가 ‘재협상안을 통과시켜야 한다’(40%) 보다 앞섰던 여론이 뒤집어진 것이다. 또 유족이 요구하는 ‘수사권ㆍ기소권 부여’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45%)이 찬성(37%)보다 8%포인트 우세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반대 43%, 찬성 41%였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더 벌어졌다. 26일 발표된 조사에서는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49%를 기록해 지난 19일 조사에 비해 5%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급해진 곳은 새정치연합이다. 여당으로부터 유족의 특검 추천권 강화 등을 얻어낸 뒤 등원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새누리당의 전향적 태도 변화 없이는 공염불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세월호 가족 대책위 측 유경근 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유족의 양해를 기정사실화한 야당과 언론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야당으로서는 또다시 강경한 입장의 새누리당과 유족 사이에 끼여 오도가도 못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이완구 원내대표에게 오늘 보자고 연락했으나 만나기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며 “주말에도 계속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송오미인턴기자(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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